ADVERTISEMENT

[건강 칼럼] 극심한 고환 통증, 다양한 원인 있어

중앙일보

입력

이정택 한의사

얼마 전 내원한 자영업자 C씨(38세)는 전립선염을 진단받은지는 2년밖에 안 되었지만, 고환의 불쾌감을 느낀 지는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고교 시절 한창 학업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고환 쪽에서 욱신거리는 느낌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경도의 정계정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꼭 수술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기긴 했지만 고환의 불쾌감은 잊을 만하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나마 뚜렷했던 건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사정하고 나서 두어 시간 동안 묵직하게 고환 쪽이 불쾌한 느낌이 남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2~3년 전부터는 사정하는 순간에 고환에 뒤틀리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고, 그 후에도 길게는 하루 정도 계속 욱신거리는 느낌이 남는 것이 전과 다르다 싶어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니 전립선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치료받다 말다 하는 와중에도 고환의 통증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요즘 들어 C씨는 사정 시 통증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성관계 가지기가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고 호소했다. 음경의 통증만큼이나 고환의 통증은 남성을 본능적으로 위축시킨다. 사실 평소에 음경 자체가 아플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운동 중에 고환을 얻어맞아 극심한 통증을 한 두 번 경험을 해본 남자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묵직한 고환 통증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만약 심한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평상시 꾸준하게 고환 쪽이 불쾌하고 아프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겠는가? 고환 쪽의 불쾌감이나 통증은 다양한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을 제외하고 고환 조직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라면, 우선 고환염과 부고환염을 들 수 있다. 대부분 바이러스, 박테리아, 결핵균 등의 감염으로 발생한다. 급성인 경우 고환이 붓고 아픈 증상이 뚜렷한 만큼 치료 후에 증상이 소실되는 것 역시 빨리 이루어진다. 단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방법이 적절치 못해 조직이 섬유화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고환의 통증은 간헐적으로 장기간 나타나게 된다. 성인이 되기 전에 주로 나타나는 고환 염전(뒤틀려 꼬임) 역시 고환의 통증을 유발하는데, 심한 통증과 부종을 일으키며 24시간 이내에 치료를 요하는 응급 질환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고환 조직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비교적 흔한 것이 정계정맥류에 의한 고환의 통증이다. 고환으로 유입된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보내는 망상정맥총에 울혈이 생겨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인데, 심하면 고환에 거미줄같은 정맥류가 육안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정맥류가 심할수록 통증도 대체로 비례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며 약한 정도의 정맥류에서도 통증만 유난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의 염증과 부종 역시 고환의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주변 조직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고 화학적으로 자극하게 되는데, 전립선에 인접한 회음부와 고환 역시 전립선염으로 인한 관련통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의 종류는 단순한 위화감과 이물감에서부터 묵직한 둔통,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통증, 순간 찢어지는 것 같은 격통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른 질환과 비교했을 때 특이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사정하는 순간 혹은 사정 후에 고환 쪽으로 뚜렷한 통증과 불쾌감이 방사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 고환의 통증은 산증(疝症)이라는 질환군으로 접근하며, 산증에 속하는 세부 질환으로서 한산(寒疝), 수산(水疝), 근산(筋疝), 기산(氣疝), 혈산(血疝), 호산(狐疝), 퇴산(㿉疝)의 일곱 가지로 그 병의 원인과 증상을 구분한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과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 최근 임상적으로 치료를 요하는 고환통 중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만성전립선염으로 인한 연관 고환통이며, 산증과 더불어 전립선 증상이라 할 수 있는 임병(淋病)의 치료원칙을 조합하여 청열(淸熱), 거습(祛濕), 해울(解鬱), 익기(益氣) 등의 치료 원칙으로 접근하면 양호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자위를 무리하게 하거나 성관계를 하룻밤에 여러 차례 가지고 나서 고환이 욱신거리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어도 반복적으로 고환통이 나타난다면, 더 큰 고민거리가 생기기 전에 제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사 이정택 이전 칼럼 보기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