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선두주자’의 명예퇴직 … 파워게임서 밀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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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7일 서울경찰청장에 이성규 경찰청 정보국장을 승진 내정했다. 경기청장에는 이강덕 부산청장, 경찰청 차장에는 박종준 기획조정관, 경찰대학장에는 손창완 전북청장이 각각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이로써 치안정감 네 자리는 모두 교체됐다. 이 청장(1기)과 박 차장(2기)은 경찰대 출신이다.

모강인 경찰청 차장은 치안총감 자리인 해양경찰청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윤재옥 경기청장과 김정식 경찰대학장은 명예퇴직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인사 발표 한 시간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사를 “G20(주요 20개국) 행사를 최대한 잘 치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장 임명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어 조직이 안정되지 못했다. 최대 현안을 잘 풀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의 이 서울청장 내정자는 정보통이다. 경찰청 정보4과장(총경)-서울청 정보관리부장(경무관)에 이어 본청 정보국장 등 주로 정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조 청장은 “경비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나와 좋은 콤비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청 차장도 신두호 서울 경비부장이 승진 내정됐다. G20행사와 각종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와 정보’ 두 부문의 손발을 맞추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윤재옥 청장이 명예퇴직한 것은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그는 경찰대 1기로 수석 입학·졸업, 경대 출신 첫 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을 도맡아 하며 ‘경찰대의 선두주자’로 불렸다. 그는 조 청장과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다.

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조 청장 체제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청와대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부 관계자는 “채수창(경대1기) 전 강북서장의 항명파동, ‘노무현 차명계좌’를 언급한 조현오 청장의 강의내용 유출 사건 등이 경찰대와 비경찰대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 청장의 라이벌 관계였고, 게다가 경찰대의 상징적 인물인 윤 청장을 지휘라인에 남겨 두기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윤 청장은 매번 인사에서 경찰대의 상징적 인물로 큰 수혜를 입었지만, 이번에는 그 때문에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모 차장은 ‘고졸 신화’로 유명하다. 말단인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간부후보(32기) 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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