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후 법원장급 줄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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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월 중순으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장의 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김동건(59)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1970년 사법시험 11회에 합격한 김 원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서울지방법원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원장으로 재직해 왔다.

이에 앞서 이근웅 사법연수원장(사시 10회), 김인수 서울행정법원장(사시 12회), 김재진 부산고법원장(12회), 오세립 서울서부지법원장(13회) 등이 사표를 내고 로펌(법률회사)으로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장들이 잇따라 사퇴한 것은 사시 동기나 후배가 대법관이 되면 용퇴한다는 관례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양승태(사시 12회) 특허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제청된 것이 계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평생법관제'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2003년 대법원장.대법관을 제외한 모든 판사를 단일호봉제로 묶으면서 3년 동안 법원장을 지내면 고법 부장판사가 되도록 하는 평생법관제를 도입했다.

법원장을 계급이 아닌 보직 개념으로 바꾸면서 고등법원 부장으로 '하향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봉급은 호봉에 따라 계속 오르도록 했다. 판사가 눈치 보지 않고 재판만 하다 정년퇴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 같은 조치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의 성적이 법관의 보직을 평생 좌우하고 지나치게 서열 위주로 움직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왔다. 법원 주변에서는 "판사들은 등산할 때나 식사하러 갈 때도 서열 순서대로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법원장을 지낸 뒤 다시 고법 부장판사로 재판을 담당한 경우는 지난달 14일 퇴임한 최병학(사시 12회) 변호사가 유일하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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