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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시민단체 의견 절충 집단소송법 개정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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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과거 분식회계 행위를 증권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또는 대상으로 삼는 것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열린우리당에 건의했다.

강신호 회장 등 전경련 지도부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일식당에서 열린우리당 법사위 소속 최재천.이은영 의원과 만나 '과거분식 해소를 위한 경제계 요망사항'이란 건의서를 전달하고,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 같은 방향으로 집단소송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관련 정부부처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절충해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여당의원들이 국회 법사위에서 정부의 집단소송 2년 유예안을 부결시킬 때와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특히 31일의 만남은 여당 법사위원들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8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올 1분기 안에 법을 개정해서라도 기업들이 과거 분식에서 면탈할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전경련의 방안에 대한 여당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여당에 관련 의견을 개진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유예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치권.정부.재계.시민단체 간 절충안 마련에 진통이 예상된다.

전경련은 이날 건의서에서 "기본적으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공포일(2004년 1월 20일) 전에 발생한 과거 분식은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완전 제외가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집단소송 적용을 3년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기업이 분식을 일시에 터는 것은 큰 부담이므로 3년간 연차적으로 분식에서 벗어날 기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분식으로 숨겼던 빚을 올해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나타내면 부실 기업으로 판단돼 자금 조달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또 "과거 분식을 했던 기업들이 집단소송을 면하더라도 (과거 분식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은) 회사와 경영진에 배임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따라서 이미 분식 건으로 처벌받은 기업들과의 형평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 적용을 3년 미루면 2008년 초까지 남아 있거나 법 공포 후에 일어난 분식회계만 집단소송 대상이 된다.

전경련은 기업들 스스로도 투명 경영을 위해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내부고발장치를 제도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2일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전경련 및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석해 의견을 내놓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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