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퍼급 세균(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MRAB)이 국내에서도 일부 발견되고 사망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내 K대학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이 국제학술지 7월호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2007년 10월~2008년 7월 이 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 57명을 조사한 결과 19명(35.8%)에게서 일본 환자와 같은 세균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4명이 이 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병원의 시료 135개 가운데 24개에서, 65명의 의료종사자 가운데 7명에게서 같은 균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도 이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균은 여러 가지 항생제를 쓰다가 안 들어 마지막으로 강한 약(카바페넴 계열 이미페넴 등)을 쓰는데, 여기에도 끄떡없어 수퍼박테리아로 불린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대형병원 25개를 조사했더니 문제의 균이 51~56% 발견됐다.
하지만 이 세균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은 그리 강하지 않다. 서울대병원 오명돈(감염내과) 교수는 “아시네토박터균은 환자 몸속이나 흙·물에서도 분리되는 흔한 세균”이라며 “중환자실에서 숨지는 환자에게서 이 균이 검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 균의 독성이 약하기 때문에 정상인에게는 별문제가 될 게 없지만 장기이식환자 등 항생제를 오래 썼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한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감염 사실을 은폐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집단 감염됐지만 한국은 산발적인 감염에 지나지 않는다. MRAB는 인도·영국 등지에서 발견된 수퍼박테리아 NDM-1과 다르다. NDM-1은 ‘수퍼 버그’로 불리며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다음으로 강한 수퍼박테리아는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가 안 듣는 황색포도상균(VRSA)인데 둘 다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점을 들어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전국 346개 병원이 수술할 때 감염 예방 목적에서 항생제를 제대로 썼는지를 조사했더니 오·남용이 심각했다. 절개 한 시간 전에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75.6%만 그리 했다. 미국(95.3%)에 훨씬 못 미쳤다. 두 가지 이상을 쓰거나 퇴원할 때 처방하는 경우도 많았다. 항생제를 많이 쓰거나 잘못 쓰면 세균의 내성을 키우게 된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