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700명 정보 빼내 '대포폰' 4000여대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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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한 미군의 개인 신상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돼 대포폰(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휴대전화) 제조 등 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동두천시 미군부대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주한 미군 1700여명의 신분증 복사본을 이용해 4000여대의 대포폰을 개설, 유통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미군 병사들이 기지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신분증을 복사했고, 한국인 판매업자는 복사한 미군 신분증을 대포폰 유통업자들에게 넘겨 대포폰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경찰은 또 지난해 10월 유령 인터넷쇼핑몰 운영자가 돈만 송금받고 쇼핑몰을 폐쇄한 사건을 수사하다 용의자가 사용한 휴대전화 중 네 대가 주한 미군 명의로 개설된 대포폰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미국 등으로 출국해 현재 미 육군 범죄수사사령부(CID)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동두천 미군 기지 인근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이 발행하는 성조지(Stars and Stripes) 인터넷 판은 30일 주한 미군 1만500여명의 신분증이 한국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에 의해 부정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성조지는 자체 입수한 1월 4일자 미 육군 기밀메모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으며 한국의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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