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신약·첨단치료법 … 건보 적용 새 제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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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기변조 방사선치료는 정상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최첨단 치료법이다. 15~20회 정도 방사선을 치료를 받아야만 한 주기가 끝나는데 대개 1500만원이 든다. 건강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전액 환자가 내야 한다. 간암 표적치료제 넥사바 역시 건강보험이 안 돼 연간 36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약값 때문에 집을 파는 사람도 있다.

두 경우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선뜻 못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건보 재정 지출이 매년 14%씩 급증해 추가 부담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률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5일 “재정 부담 때문에 꼭 필요한 약이나 기술에 보험을 적용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환자 부담을 좀 올리더라도 보험 적용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 방안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 진료비 보장률(2008년 69.8%)이 2006년 이후 정체된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료행위는 20~60%, 약품은 30%만 환자가 부담한다. 이와 달리 새 제도는 환자 부담을 50%, 많게는 90%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새로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신기술이나 신약 등이 대상이다. 암환자 부담을 5%로 줄이는 현행 규정은 적용하지 않게 된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구체 안을 만들어 내년 중에 순차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가 새 제도 적용을 검토 중인 대표적인 비보험 진료행위는 신장암 고주파 열치료(300만원)와 전립선암 3세대형 냉동제거술(1000만원) 등이다. 만약 전립선암 냉동제거술에 환자부담률 50%를 적용하면 환자와 건강보험이 500만원씩을 부담하게 돼 환자 부담이 현재보다 절반으로 준다. 국립암센터 박은철 국가암관리사업단장은 “프랑스는 약품에 따라 환자 부담을 20%, 50%, 80%로 다양하게 운영한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보험이 안 되는 고가 의료기술과 약품을 건강보험에 우선 진입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고가 의료행위나 약에 새 방식을 적용하면 상당수 환자가 본인부담금 상한제 대상이 돼 오히려 건보 재정 지출이 늘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본인부담근 상한제는 보험 진료비 연간 부담을 200만~4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새 방식을 시행하면 비보험 진료행위를 줄이고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가격을 통제하는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한정된 재원으로 적은 항목에 보험을 높게 적용하기보다 많은 항목에 보험을 낮게 적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험 적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새 제도를 도입하면 보험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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