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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미·안시현 ‘실격 사건’ 일파만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2호 14면

8월 29일 LPGA투어 CN캐나디안 오픈 1라운드가 열린 캐나다 위니펙의 세인트 찰스 골프장. 맏언니 정일미(38)와 중견 골퍼 안시현(25)은 미국의 대니얼 다우니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했다. 마지막 18번 홀. 안시현은 멋지게 두 번째 샷을 했지만 그린에 못 미쳤다. 반면 뒤이어 샷을 한 정일미는 무난하게 온 그린에 성공했다. 안시현은 칩샷으로 공을 홀 가까이에 붙인 뒤 가볍게 탭인 파를 기록했다. 정일미는 2퍼트로 파를 잡았다. 두 선수의 스코어카드엔 파를 의미하는 ‘4’자가 적혔다. 정일미와 안시현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그린을 떠나려다 다시 스코어카드 제출 텐트로 돌아가야 했다. 18번 홀에서 골프 공이 서로 뒤바뀐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두 선수는 즉시 실격 처리됐다. 경기 도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면 2벌타가 부과되지만 그린을 떠날 때까지 바로잡지 않으면 실격 처리된다는 골프 규칙(15조 3b항)에 따른 것이었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127>

여기까지가 그날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일이 커졌다. LPGA투어의 베테랑 캐디 래리 스미치가 블로그에 글을 띄우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블로그에 올라온 스미치의 말을 들어보자.

이건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야. 그날 두 선수의 공은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졌어. 그런데 안시현은 그린을 놓쳤고, 일미는 온 그린 한 거지. 안시현은 공을 가깝게 붙여 파를 했어.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어. 분명히 안시현은 그때 자기 공이 아닌 걸 알았고, 일미에게 뭔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한 거지. 최소한 그 그룹의 캐디 한 명은 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아무도 말을 안 한 거야. 그들은 18번 홀 경기를 마친 뒤 그대로 스코어텐트로 갔고,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했다지.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안시현이 캐디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넌 아무것도 못 본 거야(You did not see anything).” 누가 먼저 잘못을 발견하고, 경기위원에게 갔는지는 나도 몰라.

블로그에 올린 글은 미국 언론에도 알려졌다. 즉각 ‘LPGA 부정행위 스캔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퍼져 나갔다. 정일미와 안시현은 즉각 반발했다. 골프 공이 바뀐 사실을 자진 신고해 실격 처리를 받았는데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이다. 이번엔 안시현이 e-메일을 통해 밝힌 이야기를 들어보자.

“You didn’t see anything.”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 이 말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했던 말은 이것이다. “볼 확인 안 했어요? 볼이 바뀐 것을 알고 있었어요?(You didn’t check? Did you know?)” 첫 번째 문장은 문법상 틀린 말이지만, 미국에서는 통상 이렇게 얘기해도 끝을 올려 말하면 질문하는 의도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 문장은 무척 황당한 마음에 캐디가 알고 있었는지 물어본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협박조로 “너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은 거짓이다.

스미치와 안시현,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분명한 것은 그날 스미치는 현장에 없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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