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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땐 저랬지~ 포스터 100년에 담긴 우리 자화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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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호 16면

‘크리스마스 실(Christmas Seal)’ 아시죠? 국내에선 1932년 캐나다 선교의사인 셔우드 홀이 처음 발행했습니다. 결핵 퇴치를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의 일환이었죠. 그로부터 5년 뒤 ‘보건(保健)’이라는 한자가 선명하게 적힌 크리스마스 실 홍보포스터가 제작돼 전국에 배포됩니다. 당시 결핵을 앓다가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 공중 보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답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것으로 제목은 ‘팽이치는 소년’입니다. 배경은 평양의 대동문 이고요. 개화기부터 최근까지의 포스터 디자인 136점을 선보이는 ‘한국 포스터 디자인 백년전’이 9월 13일까지 열립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이벤트홀에서입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포스터 디자인의 100년 흐름과 각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이 1910년 8월 ‘부채표’를 국내 최초의 상표로 등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서 더 의미가 있답니다. 한국 디자인 태동기(1876~1910)에는 족자형 게시물이 많았습니다. 고종·순종·영친왕 존영과 황실 가족도, 대한예수교회 년월력주일단(달력)이 대표적입니다. 전시품 중 1906년 도쿄에서 인쇄된 ‘세계 이십대국 제왕 어존영’이라는 포스터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일본 천황의 뒤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한국 포스터 디자인 백년전’ 13일까지 열려

일제 때는 상품 판촉용 포스터가 주를 이룹니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 박암종(54) 관장(선문대 교수)이 희귀성과 내용면에서 으뜸으로 꼽는 포스터도 이 시절에 나온 경성방직회사 홍보포스터입니다. 일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태극성’이라는 브랜드와 ‘태극’을 심벌 마크로 사용한 데다 기생을 모델로 한 다른 포스터들과 달리 일반 가정 여인을 등장시킨 것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는 겁니다.

8·15 광복과 6·25를 거치면서 직설적 기법으로, 계몽적 내용을 표현한 포스터들이 많아집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거나 6.25 전쟁을 잊지말자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70~80년대엔 국제 행사가 많아지면서 한국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탈·호랑이 등을 단순화·상징화한 포스터가 늘어납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로보트 태권V 영화포스터(76년 작)도 보입니다. 70년대말 한국화장품 포스터의 모델은 배우 장미희 였답니다. 박 관장은 “포스터는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하나로서 그 시대를 보는 창”이라고 말합니다.

글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사진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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