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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전 직원이 '인재 사냥'… 사실은 선진형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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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모 차장은 얼마 전 회사가 주는 포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자신이 추천한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가 올해 초 회사에 채용된 데 따른 포상이다.

이 회사는 경력 직원을 새로 뽑을 경우 사내 직원들에게 먼저 알리고 추천을 받는다. 추천받은 사람이 채용되면 추천한 직원은 100만~5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처음에 100만원에서 시작된 포상금은 시간이 지나도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 못할 땐 200만원, 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인재 구하기가 어려우면 시장원리에 따라 포상금도 올라가는 셈이다.

추천을 받는다고 입사가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추천된 사람들도 공개 경쟁을 통해 검증을 받는다.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 같은 사내 추천제를 '오픈(open) 경영'의 상징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 인사담당 정태희 이사는 "경력직의 30% 정도는 사내 추천을 받아 채용한다"며 "매년 사내추천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돈만 3000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다른 사람의 됨됨이와 능력을 더 잘 알아보기 때문에 기초적인 검증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 탓에 사내추천제까지 덩달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인력 등 전문직을 채용할 때 사내추천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채 등 '투망식 채용'보다 수시로 소규모를 뽑는 '낚시형 채용'을 많이 하는 글로벌 기업과 전문인력끼리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내부 추천을 권장하기 위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LG전자는 1990년대 말부터 주로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임직원 추천제를 하고 있다. 추천자에게는 최고 100만원 내외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 회사 전자기술원의 이동훈 과장은 "추천만 받는 것일 뿐 검증은 심도있게 이뤄지는 등 나머지 채용과정은 일반채용과 똑같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도 2000년부터 사내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추천된 사람이 입사하면 100만원을 포상금으로 준다. 매년 입사자의 5% 정도가 사내추천으로 들어온다. 이 회사 박근우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내추천으로 뽑힌 이들은 사내에 조언자(멘토)가 있기 때문에 회사 적응이 빠르다"면서 "포상금을 감안하더라도 헤드헌터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스카우트와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 밖에도 CJ푸드빌.팬택앤큐리텔.한솔제지.야후코리아.대웅제약 등이 사내추천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뒷돈을 받고 능력없는 사람을 추천하는 게 문제이지, 사내추천제는 선진형 인사제도"라고 말했다.

아직 일부에선 사내추천제를 '인맥에 의한 낙하산 인사'로 보고 있다. 사내추천제를 실시하는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사내추천을 받아보면 학연과 지연에 따른 추천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력만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면 자기 인맥을 추천하는 것도 문제는 없다"며 "우수 인재를 뽑을 수 있다면 학연.지연 등에 의한 채용도 휴먼 네트워크의 활용이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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