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 구조조정 회오리] 4. 법·제도 정비로 힘 실어줘야 <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구조개혁에 적극적인 대학에는 학교 소유 부동산의 사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을 늘려 교육시설 확충 비용을 충당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경원대 이길여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에는 많은 재정 수요가 따르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 구조개혁이 힘을 받으려면 다양한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통합을 추진 중인 대학들은 학생 수 감축으로 인한 재정 부족을 일정 기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을 닫을 형편인 '한계'대학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매매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절실한 정부 재정 지원=학생 수는 줄이고 교수는 더 뽑아야 하는 게 대학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이러자면 대학의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다. 재정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의 확실한 예산지원 약속이 없으면 대학 구조조정이 지연.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성한 천안공대 학장은 "통합을 하다 보면 돈이 많이 드는 만큼 정부의 자금 지원이 활성화의 관건"이라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주저하지 않도록 해줘야 대학이 적극성을 보일 것"고 말했다.

배현덕 충북대 기획협력처장은 "재정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들의 반발에 부닥쳐 구조조정이 어려워진다"며 "현재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재정 지원 규모(2005년 1000억원)로는 부족한 만큼 추가 지원약속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광진 충남대 총장은 "학생 수 감축에 따르는 등록금 보전을 위해 (정부에) 5년간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며 "(대학 구조조정 활성화에는) 범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규제 완화로 통합 활성화 유도=사립대의 재산(수익용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다. 그중에서도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경우가 많다. 그런 땅을 많이 보유한 대학들은 제대로 수익사업을 하기 어렵다. 경원전문대와 통합을 추진 중인 경원대의 경우도 학교 소유 부동산에 양.한방 종합병원을 지을 구상을 하고 있지만 지목이 공원녹지여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립대 관계자들은 구조개혁에 나서는 대학에 대해서는 이런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립대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재단의 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학교 문을 닫더라도 설립자가 재산을 회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문 닫은 학교를 국가에 귀속시키거나 다른 학교재단에 소속시킨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문닫겠다고 나서는 사립대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법인의 이사진을 교체하는 편법으로 학교를 넘기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 '뒷돈'이 오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통폐합을 검토 중인 사립대학들은 "매매를 허용해 학교재단의 뒷거래를 양성화해야 대학 구조조정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학 매매를 허용할 경우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일부 부실 사학 재단이 마지막 수단으로 대학을 팔아넘겨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위원회를 구성해 매매승인 여부를 결정케 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립대의 자율권도 확대해야=국립대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자율권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국립대라는 이유로 사립대학이 외면하는 학과도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라 구조 개혁에 한계를 느낀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과 개폐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관계자는 "대학본부에 인사 및 조직개편권만 부여해도 구조조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남중 차장, 이승녕.하현옥.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