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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손학규 지사 왜 '행정수도' 말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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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첨단산업단지 공동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역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지자체 간에 벽을 허물고 상호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손학규 경기지사의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입장 변화 때문이다. 손 지사는 협약서에 서명한 뒤 "행정수도 후속 대안과 관련해 여야가 전향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향적'이란 표현을 10여 차례 사용한 것은 사실상 여당의 '행정중심 도시'안을 지지한 셈이다.

손 지사는 수도이전을 누구보다 확고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도청 월례조회에선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이전을 결단코 반대할 것"이라고 했고, 지난해 6월 서울시장.인천시장과 만나서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헌재 결정을 편법적으로 피해 가려는 변형된 수도이전 추진은 또 한번의 국력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여당이 발표한 행정중심도시안은 손 지사가 지적한 '변형된 수도이전 추진'이 아니라는 말인가. 손 지사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대안 마련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대안을 찾다가 반대 당론이 흐지부지돼서는 안된다"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왜 정부.여당안으로 방향을 틀었을까.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그 같은 입장변화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가 몇개월 사이에 원칙을 바꿀 만큼 가벼운 문제도 아니고, 또 정부.여당의 입장 변화도 없었다. 단지 손 지사의 마음만 변했을 뿐이다. 그것을 무슨 협력이니 하여 포장을 한다고 국민이 모를 리 없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충남 인심을 얻자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정치적 계산 때문에 말을 바꾼다면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의식한 이런 식의 행태들이 나오니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