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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당뇨 치료했는데 조절 안 돼 … 한국 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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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머니가 17년간 두통에 시달리다 지난 7월 왼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 병원에 갔더니 뇌종양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이버나이프나 감마나이프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다리아 카살라바와(23·여)는 뇌종양을 앓는 어머니(54)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왔다. 그러다 한국에 가면 치료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30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 현대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강남세브란스병원 백효채(흉부외과)·안철우(내과) 교수에게 호소했다. 백 교수는 “어머니의 뇌 촬영 필름을 분석한 뒤 수술 일정과 비용 등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이 주최한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 2010’의 일환이다. 삼성서울병원·우리들병원·차병원·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예송이비인후과 등 강남구의료관광협의회 소속 의료기관이 참석해 설명회와 환자 상담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이상준 원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서 열린 의료관광 설명회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60대 초반인 3명의 환자는 레이저 시술에 관심을 보였다. [신성식 기자]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이 목소리 성형 전후 결과를 보여주자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삼성서울병원 부스를 찾은 크람 첸코(61·여)는 “20년 동안 당뇨 치료를 받았지만 조절이 잘 안 된다. 아주 간절히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극동 러시아에서 ‘메디컬 코리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5~12월 의료비자(C3M·G1M)를 400건 발급했으나 올 1~8월은 780건으로 급증했다.

관광비자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영사관에서 의료비자를 신속하게 발급하고 한국관광공사·닥스메디컬코리아가 TV·옥외광고 등으로 한국 의료를 계속 알린 점이 효과를 내고 있다.

현지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지 방송 TVC 예브게니 오파린(27) 기자는 “환자들이 대부분 유럽이나 싱가포르로 진료받으러 갔는데 최근에는 한국으로 가기 시작했다”며 “한국 의료 기술이 좋은 데다 가까워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도 우수성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다리를 다쳐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보리스 스투프니츠키 러시아 연방 무역대표부 프리모르스키 지역 부대표는 “치료 결과와 서비스에 대만족”이라며 “11월 종합검진을 받으러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환자를 보내는 대행업체들도 20여 개가 생겼다. 대행사 베르날의 모차크 베라(31·여)는 “지난해 8월 2명을 보냈는데 올 8월에는 18명으로 늘었다. 매달 10~15% 증가한다”며 “만족도가 99% 이상이라 한 번 갔다 오면 러시아 병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친척들을 한국으로 데려간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우현 원장과 상호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철도병원 조리나 엘레나(48·여) 부원장은 “싱가포르를 다녀온 환자는 합병증이 생긴 경우가 있지만 한국은 그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보스토크=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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