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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명품 출시 디자이너 이광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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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생소한 외국 브랜드조차 '명품'이 되는 판에 한국 톱 디자이너의 의상은 왜 '명품'이라 불러주지 않을까'.

디자이너 이광희(사진)씨는 어느날 이런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명품'이란 이름을 내건 수입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리고 있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옷보다는 브랜드를 입는 재미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의 '명품 열풍'을 지켜보면서 그는 '명품은 누가 불러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오랜 연구 끝에 명품 브랜드 '이광희 블랙라벨'를 출시하고, 지난 26일 서울 남산 본점에서 열린 살롱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주름이 많은 스커트와 짧은 상의의 피트 & 플레어 실루엣 의상, 진 소재에 마치 칡넝쿨을 연상시키는 작은 꼬임 문양을 일일이 붙여넣고 소매와 스커트 끝단을 작은 구슬(비즈)로 처리한 독특한 정장…. 손이 많이 간 흔적이 역력한 전형적인 오트 쿠튀르풍이었다.

그는 올해 봄 '이광희 패션'의 주제를 아프리카 밀림으로 잡았다. 또 이 주제에 맞는 옷감도 특수 제작했다. 이광희 특유의 섬세한 기법과 장식이 많이 들어가는 터라 하루에 스커트를 1~2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블랙라벨'은 국내 소비자 상위 1%를 겨냥한 브랜드"라며 "이는 최고급 소비자는 외국 명품을 입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한국 톱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블랙라벨'은 ▶라벨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주고▶고정 고객의 옷 패턴을 따로 만들고▶블랙라벨 고객만을 위한 컬렉션을 따로 열고▶디자인당 작품 수를 최소화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블랙라벨'은 현재 남산 본점에서만 팔고 있는데 오는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하기로 했다.

글=양선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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