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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HOtline] 연예인 X-파일 확산 속도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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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시속 300km. KTX의 속도다. 시속 800km. 항공기는 이 빠르기로 창공을 가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하나. 연예인 X-파일 전파속도는. 지난주 인터넷 세상을 후끈 달군 X-파일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찾아갔는지 속도계를 들이밀었다.

이후남 기자

▶ 19일 이후로 연달아 등장하고 잇는 패러디물 가운데 하나.

◆ 19일 오전 11시

홍보회사 직원 한모(28)씨. 회사 컴퓨터 메신저 창에 파일 도착 사인이 뜬 시각이다. '재미있다'기에 열어보니 '연예인 X-파일'. 시중에 돌던 루머를 모은 거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뉴스사이트 톱기사였다. 한씨가 받은 파일 용량은 PDF 형태로 2.8M. 당초 이 파일 용량은 약 7M였다. 그만큼 데이터가 압축돼 돌았다는 얘기다. 순간적으로 동시다발 전송되면서도 에러가 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 1999년 O양 비디오(400M), 2000년 B양 동영상(65M) 사건을 보자. 당시 이 자료는 데이터 용량이 너무 커 메일을 통한 유통이 힘들었다.

"연예인 비디오 사건 땐 인터넷이 느려 CD로 구워서 주고받는 물리적인 유통과정이 개입했지요. 그 때문에 사회문제로 비화할 때까지 며칠이 걸렸죠. 요즘은 기술발달로 파일변환이 쉽게 이뤄지면서 용량이 압축돼 유통됩니다. 이번에 파일이 PDF로 돈 것은 파워포인트 쓰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아서지요. PDF 파일은 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무료거든요. 심지어는 화면 그대로 캡처한 JPEG 파일이나 PDA용 파일로도 돌았어요. 원하는 형태의 파일로 순식간에 퍼졌어요."(인터넷 전문가 김남훈씨)

◆ 오후 2시

인터넷 콘텐트 기획자 김모(31)씨. 이틀 전 연예인 관련 흥미로운 파일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P2P 사이트를 뒤졌다. 그때는 '연예인 광고DB'라는 파일이 딱 하나 있었다. 19일 오후, 행여나 해서 P2P 사이트에서 연예인 파일을 뒤졌더니 '연예인 X-파일'이라는 이름으로 200여건이 검색됐다. 이틀 전 1개였던 파일이 19일 오전 각종 보도를 통해 파일에 'X'자가 붙은 뒤 불과 3~4시간 만에 엄청나게 늘어난 것.

"지금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1200만명에 이릅니다. 이미 50Mbps 인터넷도 상용화됐어요. 이번 파일이 7M였으니 전송에 1.1초 정도 걸립니다. 예전의 PC통신(56Kbps)이었다면 약 17분은 걸렸을 겁니다. 따라서 속도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은 SDTV급 동영상도 실시간 방송처럼 재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콘텐트가 유통되느냐가 문제이지요."(KT 성원제 과장)

◆ 오후 5시

인터넷뉴스 기자 정모(34)씨. X-파일 출현 이후 네티즌 여론읽기에 나섰다. 댓글을 보니 '나도 보내줘요'와 '여기 있어요'로 범벅이다. 후자는 파일을 올려놨다며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홍보하는 글이다. 파일을 올린 일부 미니홈피에는 "900여명이 다녀갔다"는 글도 보였다.

"예전과 달리 P2P.메신저.e-메일 등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경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잖아요. 특히 미니홈피 같은 개인미디어가 창궐한 게 큰 영향을 미쳤죠. 자체적으로 콘텐트 생산 능력이 없는 개인들이 화제성 콘텐트를 퍼와 방문자나 조회 수를 높이려는 과시욕도 파일 확산에 큰 역할을 했지요."(디지털 칼럼니스트 김용섭씨)

실제 인터넷 마케팅회사 디지털랩이 20~23일 전국 네티즌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일을 받은 경로는 미니홈피(26.8%)가 으뜸이었고, 이어 메신저(23.2%).메일(15%).P2P서비스(12.4%).웹하드(9.6%).블로그(5.6%)등이 꼽혔다.

◆ 오후 8시

네티즌 장모(38)씨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서 X-파일 패러디물을 봤다. 프로게이머와 X-파일을 묘하게 교접(?)시켜 만들었다. X-파일 작성을 의뢰한 광고기획사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약간의 시차가 있을 뿐 19일 하루 동안에 이뤄진 일이다. 발생과 유통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의미다.

장씨는 과거 동영상 유출의 일방적 피해자였던 가수가 다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3년이 걸렸던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관련 연예인들의 상처가 유통속도만큼 빨리 치유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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