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식당’의 서금자(62) 사장이 낙지를 자르고 있다. 모범운전기사 윤교정(47)씨는 “한번 먹고 나면 자다가도 생각나는 국물 맛에 단골이 됐다”며 웃었다.
글=서정민 기자
●여기 모르면 간첩이지요
매콤달콤 황태더덕, 시원칼칼 연포탕
●젊은이들도 많이 오지요
얼굴만 한 돈가스, 담백한 김치찌개
“혜화동에서 성북동 경신고등학교 옆으로 올라가다 언덕 위 첫 번째 돈가스 집이 맛있어요.” 개인택시 기사 배동현(55)씨가 콕 집어준 곳은 ‘서울왕돈까스’(02-766-9370) 집이다. 평일 오후와 주말이면 택시보다 자가용이 더 많이 주차한다는 곳이다. 1997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박래원(43) 사장은 ‘돈가스의 달인’으로 TV 출연을 한 적도 있다. “30종류의 돈가스를 한 조각씩만 늘어놓고 우리 집 것을 골라내는 게 임무였어요.” 박 사장의 달인 임무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일반 접시보다 세 배나 큰 접시에 담긴 이 집의 ‘왕돈가스’(6000원)는 튀김가루가 인절미처럼 곱고 색도 노릇노릇한 게 다른 집들과 확실히 달라 보였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갈아서 매일 아침 직접 만든다는 특제 소스는 새콤달콤해서 고기를 많이 먹어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청담동 프리마 호텔 옆 ‘장독대김치찌개’(02-543-7754)에는 다른 메뉴가 없다. 오직 김치찌개(6000원)만 판다. 인테리어도 평범하다. 그런데 식사 때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젊은층이 많다. 제복 차림의 택시기사들과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들이 절반씩 차지한 실내는 이곳만의 진풍경이다. 비결은 역시 맛이다. 1년간 숙성시킨 김치·돼지고기·육수로만 끓인 찌개는 담백하다. 간혹 신김치 맛이 찌개 맛을 다 덮어버리는 집이 있는데 이 집의 찌개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튀는 사장님에 별난 맛이죠
주인한테 맞으며 ‘제대로’ 먹는 김치
손맛과 더불어 사장님의 특별한 캐릭터 때문에 소문난 집도 있다. 경안운수 송영철(45)씨가 추천한 역삼동 강남순복음교회 앞 ‘숙아채콩나물국밥’(02-538-3663) 집이 그렇다. “여기 사장님이 엄청 예쁘시거든요. 그래서 옛날부터 사장님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찾아가는 기사분이 많았어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촬영 팀이 간 날은 사장님이 외출 중이었다. 대신 마음씨 예쁜 홀 아주머니가 콩나물국밥(4000원) 맛있게 먹는 법을 설명해 줬다. “새우젓은 한 티스푼쯤, 몇 마리 아쉽다 싶을 정도로만 넣으세요.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넣으시고요.” 메뉴는 콩나물국밥과 녹두전 딱 두 가지다. 개인택시 기사 김은용(39)씨가 추천한 암사역 사거리 ‘장독흑돼지’(02-3426-5120) 집은 주인장에게 손님이 맞아가면서 먹는 집이다. 남정현 사장은 손에 죽비를 들고 다니다 배추김치를 가위로 자르는 손님을 보면 등을 탁탁 친다. “배추는 금속이 안 닿을수록 맛있어. 다시 찢어 봐.” 고분고분 말을 듣고 손으로 찢어먹는 손님에게는 1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준다. 남 사장의 호통소리가 커질수록 손님들은 박장대소한다. 남 사장의 유별난 흑돼지·김치 사랑은 김치찌개를 ‘작품’이라 부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치와 고기 어느 것 하나 정성이 안 들어간 게 없다”는 남 사장의 작품(6000원)은 50~60년대식으로 고기와 두부를 덩어리째 넣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