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영어 스펠링대회 우승한 김현수양의 공부 비법

중앙일보

입력


세계 영어 스펠링 대회에서 첫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iBT 토플 만점 중학생으로 알려진 김현수(서울 대원국제중 2)양이다. 김양은 8~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회 ‘프랭클린 글로벌 스펠 이벤트’ 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모의단어게임으로 교류하며 자신감 비쳐

이 대회에는 전 세계 비영어권 12개 국가 24명의 대표 학생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최종 16라운드까지 간 접전 끝에 ‘쥬디셜(Judicial, 사법 <재판>의)’ 의 철자를 맞힌 김양이 우승 상금 1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보다 출제 단어의 난이도를 높였는데도 영어와의 상관성이 가장 적은 한국 학생이 거뜬히 맞힌 것이 놀랍다”며 김양의 실력을 칭찬했다. 어머니 이우숙(48)씨는 “심사위원들이 ‘대회 장외 프로그램인 모의단어 게임 때 다른 경쟁자들보다 자신 있게 단어를 맞히는 현수를 주목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영영사전 독파하고 답변 태도 단점 보완

김양은 이번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지난 6월 미국 내셔널스펠링비 대회 본선에서 탈락했던 자신의 단점을 분석·보완하는데 집중했다. 먼저 다 읽지 못한 『메리엄 웹스터』사전을 끝까지 독파했다. 그 중 모르거나 혼동하기 쉬운 1400여 개 단어를 표시해 복습했다. 특히 어원과 예시 문장의 문맥을 살피며 단어의 소리가 내는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알파벳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 보다 어감으로 영어를 공부해온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것이다.

김양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외국 학생들은 회화는 유창하지만 단어 실력은 부족한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는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단어장을 암기하는 것보다 회화 실력을 키우는 것이 단어를 더 많이 익히는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단어를 말하는 태도도 고쳤다. 정답을 말하기 전 머릿속에서 말하려는 단어를 발음해보고 철자를 쓰며 되뇌어본 뒤 말하는 과정을 익혔다. 아는 단어라고 쉽게 말하려다 틀렸던 경험에서 배운 전략이다. 영어사전 프로그램을 설치한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자주 보는 습관도 들였다.

다른 대회 기출문제 분석, 문맥 따져 단어 공부

김양은 지난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 때 중간 탈락한 뒤에도 아버지와 함께 관객석에 남아 대회를 끝까지 지켜봤다. 그는 객석에서 결승전까지 출제되는 문제들을 듣고 함께 풀며 자신의 실력을 가늠했다. 파란색·빨간색 펜으로 맞힌 단어와 틀린 단어를 표시하며 난이도와 자신의 수준을 분석했다. 결승전을 지켜보지 않고 시내 관광에 나섰던 일부 다른 탈락자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김양은 “어린이들이 읽는 『해리포터』소설이라도 사용되는 단어의 난이도는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단어들만 분리해 쓴 단어장을 외우기보다 소설의 문맥속에서 해당 단어를 그대로 익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내셔널스펠링비 대회에 다시 출전해 꼭 우승을 거머쥘 겁니다.” 김 양의 다음 목표다.

[사진설명]김현수양은 17일 서울 양재천공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평소 영어 회화에 쓰이는 단어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스펠링 대회 수상비결”이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