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돌아가 한마디도 안 한 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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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후 2시(현지시간)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와 함께 보스턴으로 귀환했다. 카터 도착에 앞서 카터센터 측은 인터넷을 통해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다.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카터가 마이크 앞에 설 예정이라며 취재 장소와 시간에 관한 정보도 실었다. 그러나 카터는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곰즈를 가족들에게 인도한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고향 애틀랜타로 떠났다.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예상됐던 평양 방문 에 관한 간단한 소감 표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카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카터 방북의 의미를 곰즈 석방을 위한 인도주의적 임무로 국한했던 미 정부 내에서도 노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홀대가 지나쳤다고 보고, 카터를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론 "카터가 한반도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김 위원장을 만나 자신만의 어젠다를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이 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공존하고 있다고 워싱턴 소식통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주 초 고위 인사를 카터 측에 보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만찬 회동을 포함, 평양 체류 기간 중 북측이 카터에게 전한 메시지를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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