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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잘 맞는 법 가르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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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에는 ‘죽음’ 얘기만 꺼내도 화를 내는 어르신이 적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웰 다잉(well-dying: 품위있게 죽음을 맞는 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죠. 특히 지난해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람들의 인식을 많이 바꿔주셨어요.”

‘죽음준비교육 전문강사’란 그의 직함이 이젠 정말 그리 낯설지 않다. 하반기 강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요즘, 『유경의 죽음준비학교』(2008년) 의 저자이기도 한 유경(50·사회복지사·사진)씨는 전국에서 들어오는 강의 요청에 더욱 바빠졌다. 노인복지관이나 평생교육기관 등에 최근 ‘하늘 소풍’ ‘아름다운 이별’ ‘해피 엔딩’ 등 다양한 이름의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유씨의 물 흐르는 듯한 강의는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난 3월부터 한화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서울·충북·전남·부산 등 전국 4개 지역 5개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름다운 하늘 소풍 이야기’는 유씨 자신이 기획한 것이다.

“유언장은 물론 자서전과 자신의 사망기사 써보기, 죽음에 관한 영화나 연극을 보고 이야기 나누기, 영정사진 찍기, 장기기증에 대해 알아보기 등의 내용으로 진행돼요. 어르신들이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고 하실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1983년 CBS 아나운서로 입사했던 유씨는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란 노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노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호스피스 교육 등을 받은 그는 90년 아예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이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을 마친 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복지과장 등을 거쳐, 2006년부터 죽음준비교육을 강의해오고 있다.

유씨는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다음달 1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 1회 웰다잉 영화제’가 그것이다. 90년대부터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운영해온 각당복지재단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강당을 신축하면서 기념으로 마련한 행사다. ‘원더풀 라이프’ ‘애자’ ‘내 사랑 내 곁에’ ‘잠수정과 나비’ 등 죽음을 주제나 주요 소재로 다룬 8편의 영화를 매일 두 편씩 상영하고, 각 영화가 끝날 때마다 웰다잉 강사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참가비는 무료지만, 사전에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02-736-1928).

“영화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매체잖아요. 영화를 함께 보면서 잘 사는 일과 잘 죽는 일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가장 인간다운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죽음 앞에서 우리 개개인의 삶과 인간관계는 또 어떻게 변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지 함께 고민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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