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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코 “간 나오토는 내게 부정했지만 국민에겐 깨끗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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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08면

타이거 우즈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퍼래머스의 리지우드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클레이스 프로암대회 라운딩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왼쪽) 엘린 노르데그렌이 우즈와 결혼하기 전인 2003년 4월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즈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오른쪽) 두사람은 2004년 10월 결혼해 5년 10개월 만에 이혼했다. [AP·로이터=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이 24일(한국시간) 변호인 성명을 통해 이혼을 공식 발표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6년 만에) 결혼이 끝나 슬프고 서로의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즈 이혼 계기로 본 유명 인사들의 결혼생활

구체적인 이혼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노르데그렌이 딸 샘(3)과 아들 찰리(1)에 대한 1차적인 양육권을 갖기로 했고, 플로리다주 윈더미어의 주택도 노르데그렌이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가 지급할 위자료는 적게는 1억 달러(약 1200억원)에서 많게는 7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까지 제각각으로 추정된다.
우즈는 2004년 결혼 당시 ‘(노르데그렌이) 결혼생활을 최소 10년 이상 유지해야 (이혼할 때) 2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문서를 작성했다. 노르데그렌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우즈의 불륜 때문에 훨씬 많은 위자료를 받아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즈는 그 대가로 ‘사생활 보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데그렌이 결혼생활과 불륜에 관해 어떤 사실도 평생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우즈는 이혼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위자료뿐만 아니라 액센추어와 AT&T 등 스폰서 기업의 후원이 끊겨 이미 수천만 달러를 손해 봤다. 경기력도 추락했다. AP통신은 “이혼은 우즈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우즈가 이혼 서류에 서명한 것은 7월 초인데, 당시 열린 AT&T내셔널에서 우즈는 11년 만에 4라운드 내내 한 번도 언더파를 치지 못했다.

우즈의 첫 번째 내연녀 벌써 ‘러브콜’
그런데 공교롭다. 이혼 발표 후 우즈는 곧바로 ‘전성기의 실력’을 발휘했다. 심적 부담감을 털어버려서일까?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 골프장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첫 번째 경기인 바클레이스 첫날 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치며 본 테일러(미국)와 함께 공동선두에 올랐다. 우즈가 첫날 선두로 경기를 마친 것은 지난해 11월 호주 마스터스 이후 9개월 만이다. 경기 후 우즈는 “올해 내내 잊었던 무엇인가를 찾은 것 같다. 다시 샷 감각을 되찾게 돼 흥분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우즈가 이혼 직후 호쾌한 샷을 날린 데 반해 노르데그렌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하다. 26일 발간된 미국의 연예 주간지 피플은 노르데그린의 이런 심경을 잘 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3년 반 동안 (불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 이런 것도 모르고 산 내가 바보처럼 여겨졌다. ‘배신’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며 지옥을 경험했고 탈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화해해 보려 했지만 사랑과 신뢰가 없는 결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혼했다. 인생의 다음 무대를 시작하는 게 기대된다”고 토로했다. 불륜 사고 이후 골프경기 TV중계는 단 1분도 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헤어진 우즈 부부처럼 스포츠·연예 스타와 억만장자들의 이혼은 숱한 화젯거리를 남긴다. 우선 천문학적인 위자료가 그렇다.

최소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우즈의 위자료도 역대 최고는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가 올 3월 매긴 고액 위자료 순위(표)에 따르면 호주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32년간 함께 산 아내 애나와 1999년 갈라서며 준 17억 달러(약 2조원)가 역대 최고액이다. 우즈의 위자료는 최소 10위권 안에는 들 전망이다.

헤어진 사람들이 누구와 재혼하는지도 흥미를 끈다. 우즈도 이혼 발표 하루 만에 내연녀 가운데 ‘첫 여인’으로 알려진 레이첼 우치텔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우치텔이 우즈와 다시 연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사상 최대의 위자료를 준 머독은 이혼 절차가 끝난 지 17일 만에 38년 연하인 중국계 웬디 덩과 혼인했고, 애나 머독도 수개월 후 투자자 윌리엄 만과 재혼했다.

사상 최고 위자료는 머독의 2조원
이혼 위기를 무사히 넘긴 유명인 부부들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오바마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이혼 위기를 겪었다. 96년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승승장구할 때의 일이다. 부인 미셸은 홀로 육아와 살림을 떠맡아야 했다. 전기작가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버락과 미셸 : 한 미국 부부의 초상에서 “미셸은 버림 받았다는 느낌에 휩싸여 이혼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수북이 쌓아놓는 바람에 부부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부부는 첫딸 말리아를 낳기 전 5년 동안 불임 문제로 괴로워했다.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여전히 남아 있는 엄청난 학자금 대출금에다 오바마가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떨어져 빚더미에 앉게 됐다. 2001년 태어난 둘째 딸 사샤는 출생 직후 치명적인 척추 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사샤의 병이 오히려 부부애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부부는 딸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다시 끈끈한 감정을 느꼈다. 사샤는 건강을 되찾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엘리너도 이혼 직전까지 갔던 정치인이다. 엘리너와 루스벨트는 정치적으로는 이상적인 동반자였다. 엘리너는 사회운동가이자 정치가로 여성과 인권 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루스벨트는 엘리너의 내조에 힘입어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에 올랐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가 문제였다. 엘리너는 남편의 바람기로 고통 당할 때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연시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를 읽으며 견뎌냈다. 또 그 시를 남편에게 전달하면서 남편에게 사랑을 재확인하고 위기를 극복할 힘을 얻었다.

“목숨 바쳐, 죽도록! 사랑한다고/ 맹세할 수 없다면, 오,/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가 두렵구나!”
엘리너는 프랭클린 사후 유엔 주재 미국 대표로 일하면서 세계인권선언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한 흑인 인권 신장에 앞장섰는데 그 덕에 흑인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자리 잡았다.

엘리너는 훗날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서 이혼 위기를 겪은 힐러리 클린턴의 역할모델이 됐다. 루스벨트·클린턴 부부는 민주당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에다 불륜 스캔들과 이혼 위기 극복, 그리고 퍼스트레이디 시절 이후 ‘홀로 서기’까지 많은 부분이 닮았다.

힐러리는 남편의 스캔들 대처 방식에서 엘리너를 그대로 참고했다. 그는 중대한 고비를 맞을 때마다 엘리너와 가상 대화를 나누며 도움을 청한다고 곧잘 이야기하곤 했다. 힐러리는 “엘리너가 ‘그냥 계속 밀고 나가요. 설명이나 변명 따위는 전혀 소용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역시 백악관 인턴 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힐러리의 선거운동 내조 덕에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 재클린 케네디도 남편의 여성 편력으로 고통을 겪었다. 케네디는 배우 마릴린 먼로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여성과 염문을 뿌려 재클린의 속을 무던히 썩였다. 하지만 그는 짐짓 모른 체하면서 끝까지 가정을 지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술 때문에 부인으로부터 이혼 경고를 받았다. 86년 7월 부시가 40세 생일을 맞았을 때다. 친구들과 밤새도록 생일 축하 술을 마신 부시에게 로라는 “술이냐, 아내냐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부시는 로라를 택했다. 로라는 남편을 신앙생활로 이끌었고 얼마 뒤 부시는 담배도 끊고 성경에 귀의했다.

아르헨 대통령 부부, 국정 이견에 ‘난타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부부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98년 간 총리의 불륜 스캔들이 원인이었다. 상대는 미모의 전직 뉴스캐스터. 일본의 한 주간지는 두 사람이 머물렀다는 호텔 방 번호까지 공개하며 이를 대서특필했다. 간은 당시 민주당을 창당해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다. 간은 “함께 밤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남녀관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바보같이… 당신은 허술한 게 흠”이라는 부인 노부코 여사의 당시 발언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노부코는 남편의 스캔들을 보도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도 응했다. “결혼해서 28년을 살면서 계속 연인 같은 감정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살아있는 인간이다 보니 부부 관계가 가까울 때도 멀어질 때도 있는 것 아니냐. 간은 아내인 내게 부정을 저질렀을지 모르지만, 결코 국민에게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 노부코의 이 한마디가 정치생명이 위태로웠던 남편을 단박에 구했다. 노부코 여사가 ‘일본판 힐러리’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전·현직 대통령 부부가 국정 문제로 부부싸움 끝에 파경 위기를 맞았다 극복한 사례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과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가 그들이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실비나 왈게르는 최근 집필을 끝낸 책을 통해 ‘대통령 부부가 2008년 부부관계에 금이 갈 정도로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추진해오던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안이 상원 표결에서 야당 반대로 부결된 2008년 7월 17일 밤,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다음 날 국정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실권자이자 남편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직을 물러날 수 있다”며 사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페르난데스는 즉각 이를 부인하면서 남편을 향해 “떠나고 싶으면 당신이나 가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말을 들은 전직 대통령(남편)이 손찌검을 하는 바람에 현직 대통령(아내)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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