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동호회 찾는 게 첫걸음, 먼저 마음을 열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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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20면

별은 사람에 따라서 낭만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마다의 이유로 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을 하려면 막막하지요.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 저는 날씨가 좋은 주말 저녁이면 가까운 교외에 나가 별을 보는데, 그때마다 주변에서 제게 이런 말을 합니다.

별과 가까워지려면

“나도 별을 보고 싶긴 해. 하지만 별을 본다는 것이 좀 부담스러워. 우선은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걸 알기 위해 왠지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별을 보려면 망원경이 있어야 하지 않아? 그런데 그거 너무 비싸잖아? 다룰 줄도 모르고 아무튼 모든 것이 어려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늘 그렇듯 이렇게 조언합니다.

“별을 보기 위해선 마음의 부담을 줄여야 해.”
내가 보고 있는 저 별이 어떤 별인지 몰라도 좋으니 우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자주 보라고 말합니다. 도심에서 별이 잘 안 보인다면, 경기도 파주나 양평·양주처럼 교외로 1시간 거리만 나가 보세요.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천문대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별자리가 궁금해지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돼 있는 스텔라리움(www.stellarium.org)과 같은 별자리 보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세요.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스타워크(Star walk)’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만약 혼자서 별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학회나 동호회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별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AAS)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천문지도사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연수를 통해 별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한 밤하늘에 대한 지식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마음 편하게 잠시 쉬러 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하세요. 운영진들이 가지고 온 망원경으로 별도 보고 궁금한 것은 그 자리에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꾸준함입니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망원경을 장만할 수도 있겠지만, 별자리를 알지 못하면 보고 싶은 별을 마음껏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쌍안경(5×10배율 정도)과 보기 편한 성도(星圖)를 준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밖에 나가서 별을 보기를 권합니다.

물론 천체망원경이 있다면 별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천체망원경은 비교적 고가의 장비입니다. 무엇보다 하늘을 잘 알지 못하면 천체망원경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없 습니다. 따라서 학회나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망원경을 직접 경험하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밤하늘에 대한 지식이 확보된 뒤에 구매해도 늦지 않습니다.

천체망원경과 같은 장비는 인간의 눈이 볼 수 없는 영역을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입니다. 별을 보는 데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별을 보겠다는 마음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꾸준히 올려다보는 것이 아닐까요. 별 보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되면 지금 바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별을 선택한 후 친구가 되어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별 보기는 시작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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