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직자가 법 안 지키면 국민이 법 안 믿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소크라테스가 살아 있다면 법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로 무엇을 들었을까’.

“법은 시민 다수 의견이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결과다. 따라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 된다. 하나 둘씩 법을 어기기 시작하면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말 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살아 있다면 그는 무엇보다도 법적 안정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중앙일보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전국 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 제6회 시상식이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렸다. [김경빈 기자]

본지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제6회 ‘고교생 생활법 경시대회’에서 27일 대상을 받은 윤재언(18·한영외고 3년)군의 답변은 간결했다. “법은 우리 삶 속에 살아 있잖아요. 심사위원들도 철학적인 것보다 간단하되 정곡을 찌르는 답을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100점 만점 중 최고 점수인 85.95점을 받았다.

윤군의 장래 희망은 법조인이 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게 목표다. 그는 “2017년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에도 도전해 보겠다”며 “내 능력을 검증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군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니 고위공직자가 갖춰야 할 준법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위법 행위를 일삼으면 국민들이 법을 불신하게 된다”며 “좀 더 자세를 낮추고 도덕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군은 평소 신문에 난 주요 정치·경제·사회 뉴스를 빠짐없이 읽는다. 그는 “관심 있는 사회 이슈를 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법률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장려상을 수상한 허다민(18·부산 강서고 3년)양은 “3학년 문과 전공자 180여 명 중 약 10명만이 ‘법과 사회’를 수능 선택과목으로 택했을 정도로 법이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양은 “수업 중에 친구들과 법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거부감을 날려버렸다”고 했다.

◆단체 대상은 외대부속용인외고=올해 단체 부문 대상은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가 차지했다. 대회에 참여한 학교들 중 소속 상위득점자 5명의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곳에 수여하는 상이다. 용인외고 상위득점자의 평균 점수는 79.14점이다. 2, 3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고(77.16)와 한영외고(77.14)보다 평균 약 2점 앞섰다. 지도를 맡은 장은정(45) 교사는 “법률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기획한 방과후 수업의 효과가 컸다”며 “모의재판을 열거나 생활 속 법적 분쟁에 대해 토론하면서 학생들이 법률 논리를 쉽게 익혔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우승을 차지한 한영외고 구미연(31) 교사는 “법적 사고력을 높이려면 죽은 법이 아닌 ‘살아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실제 재판 현장을 찾거나 소비자보호원·대한법률구조공단과 같은 곳을 직접 들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는 핵심 열쇠는 법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다”며 “건전한 법의식을 갖춘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학생·교사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 361개 학교에서 23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객관식 40문항(80점), 주관식 2문항(20점)으로 출제됐다. 응시자 전체 평균 점수는 52.35점이었다.

글=홍혜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수상자 명단

▶대상=윤재언(한영외고) ▶금상=임상준(대일외고), 원재연(원주고), 최효재(민족사관고) ▶논술특별상=범유경(인천국제고) ▶은상=최제환(광명북고), 서혜린·최성현(인천국제고), 강준석(민족사관고), 김지훈(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 강건준(현대청운고), 김동준(강릉고), 이상제(경북외고), 소유리(광주 국제고) ▶동상=김혜원·김은수·김혜원·유지현·오세민·김지한(한국외대부속외고), 김경연(동두천외고), 양지애·범유경(인천국제고), 염정아(한밭고), 조주현(서울 세화고), 이종원(센텀고), 전일형·김주환(원주고), 김동광(대원외고), 이해찬(중동고), 강선희(전주 유일여고), 김강인(대일외고), 서원상(광주 석산고), 김일지(목포 영흥고), 김경규(보령 대천고), 장원석·노정연(한영외고), 허관(광주 진흥고), 강규남·백도현(공주사대부고), 김윤나(대전 만년고), 민혜윤(숙명여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