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뜬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단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먹는 식품 우리가 지켜요” 지난 3월 서울시는 서울 청파초에서 250여 명의 어린이와 함께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 발대식을 열었다. 서울시 보건국 관계자는 “어린이 스스로 등하굣길에 접하는 먹을거리의 안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교육한다”며 “각 구청 산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단으로 활동중인 함상원(상일초 5)군과 김현아(명일초 6)·장효선(천동초 5)양을 만나 그간의 경험담을 들었다.

식품 유통기한 점검습관 들여

“지난 주에 수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빵을 발견했어요. 바로 주인아저씨께 알려서 폐기처분됐죠. 모르는 사람이 구입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잖아요.” 함군은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꼼꼼하게 식품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별다른 의심없이 구입하곤 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뒤엔 유통기한이 스티커로 수정되지는 않았는지, 표지에 식품제조사가 잘 나타나 있는지 확인하게 됐다.

함군은 평소 환경문제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이 식품 안전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강동구청 소속으로 학부모 식품안전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었던 어머니 정정화(41·강동구 상일동)씨의 영향도 자연스레 받았다. 함군은 “엄마가 학교 주변 가게를 둘러보며 모니터링할 때 따라다니곤 했다”며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올해 초 모집한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품안전 홍보캠페인…제조공장 견학도

활동을 시작한지 몇 달만에 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부쩍 성장했다.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로서 받아야 할 위생교육을 수료했고, 7월 16일에는 강동역 안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식품안전 홍보캠페인>을 열었다. 장양은 “부정·불량식품을 확인하는 법이 담긴 팸플릿과 물티슈를 나눠주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유통기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며 “홍보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사회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동구청 보건위생과 백미화 담당자는 “학부모를 포함해 60여 명이 모인 비교적 큰 규모의 행사였다”면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하반기 중에도 비슷한 내용의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6일에는 식품제조공장도 직접 방문했다. 과자와 캔디를 만드는 제조공정을 견학하고 우유공장에서 우유제조과정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김양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니까 지저분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아주 깨끗했다”며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먼지나 머리카락을 방지하려는 모자와 위생코트를 착용하고, 바람으로 소독까지 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니 제품에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장양은 “우유공장의 큰 기계는 먼지가 수시로 내려앉을 것 같아 잦은 청소가 필요할 듯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 담당자는 “어린이 식품안전지킴이는 앞으로도 매해 선발·관리할 계획”이라며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연초 각 구청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 권했다.

#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Green Food Zone)=학교주변 문구점·슈퍼·분식점 등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품이 판매되도록 하기 위해 지정·관리되고 있는 학교 및 학교주변 200m 이내의 구역.

Tip! 부정·불량식품 이렇게 확인하세요

·유통기간을 지우거나 스티커로 덧붙인 식품
·유명제품과 포장만 비슷하게 만든 식품
·담배·화투·돈다발 모양으로 외부포장
·냉장식품을 실온에 전시한 경우
·제조회사를 알 수 없는 포장지

[사진설명] “식품 제조사와 유통기간을 꼭 확인하세요.” 김현아·장효선양과 함상원군(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시중에 판매하는 식품의 외양을 살펴보며 웃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경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