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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게 소원인 ‘난·쏘·공’ 형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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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키가 180㎝가 안되면 ‘루저’”라는, 어느 여대생의 발언 때문에 온 나라 남자들이 발칵 뒤집힌 게 얼마 전 일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난쟁이라면?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합★체』는 난쟁이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 ‘합’과 ‘체’의 이야기다.

‘난·쏘·공(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놀림을 받는 형제의 소원은 키가 크는 것이다. 모범생인 ‘합’은 의대에 진학해 성장 물질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공부에 매달리고, 성격이 정반대인 ‘체’는 ‘계도사(계룡산 도사)’라는 어느 노인이 가르쳐 준 ‘합체 수련’에 혹한다. ‘체’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체 게바라’를 ‘형님’으로 모시는데, 그에게 혁명이란 “키 작은 놈은 커지고, 키 큰 놈은 작아지고, 못생긴 놈은 잘생겨지고, 잘생긴 놈은 못생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작품으로 등단한 박지리(25·사진) 작가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좋아하는 만화는 너무 많아 고를 수가 없고, 헤르만 헤세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고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소설은 그래서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작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몇몇 문장과 아버지가 난쟁이라는 설정을 가져왔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공을 던지는 ‘예능인’인 난쟁이 아버지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쾌한 캐릭터다. 코끼리를 실은 트럭이 후진을 하다 운전사가 너무 작은 난쟁이 아버지를 못 보고 치어 죽이는 장면은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사회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작품으로도 읽히지만, 만화 세대인 작가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고개를 젓는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쓴다면 첫 번째로 염두에 두는 건 ‘재미’가 될 거예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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