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 고래도시 울산 ' 세계에 알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 포경선 포수 출신 손남수씨가 고래박물관에 전시될 포경선 제6진양호에서 감회에 젖어 있다. [울산시청 제공]

울산 사람들은 '고래도시 울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이 말엔 공해도시 이미지를 벗고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다. 그들에게 '고래는 깨끗한 바다'이다. 울산시민들은 올해야말로 '고래도시 울산'이미지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울산에서 오는 5~6월 29일간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 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58개국 대표들이 참가해 고래잡이(포경)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을 계기로 울산이 선사시대부터 한반도 고래잡이의 중심지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울산과 고래, IWC와 인연은 고래심줄처럼 질기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울산에서 포경이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노르웨이식 포경선(포로 쏘는 방식)이 처음 등장한 곳도 울산포(장생포 용잠동 대곡)였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겨 한반도 포경업을 장악한 뒤에도 장생포는 한국인 소유 포경선 20여척이 연간 800마리의 고래를 잡던 유일한 포경기지였다. 86년 1월 1일 포경이 전면 금지된지 20년 만에 울산이 고래로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포경선을 탔던 어부 등 일부 시민들은 이번 총회에서 포경 재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30년간 고래잡이 포수로 활약했던 손남수(70.강남신협 이사장)씨는 "5년만 포경을 규제한다기에 선장을 설득해 배를 팔지 않고 기다린게 20년째"라며 "고래잡이가 다시 시작돼 장생포가 옛 영화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 설립 책임자인 최동익씨는 "전세계의 고래 전문가들이 몰려와 환경.관광은 물론 생물자원으로서의 고래의 가치를 일깨워 줄 것"이라며 "울산시도 울산을 빼놓고는 고래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생포 등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20여개 고래전문 음식점은 총회를 계기로 울산 고래고기의 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주들은 이달 말께 '울산고래음식점 연합회'를 구성, 고래고기 음식 개발 등 고래 음식문화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시는 고래 총회를 계기로 '환경 생태도시'이미지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IWC준비기획팀을 운영하면서 손님맞이 채비에 분주하다. 장생포 해양공원부지에 3월쯤 고래연구센터.고래박물관을 완공한다.

선사시대 포경 생활상을 담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를 관람시키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가하면 포경선을 복원하고 일본에서 대형 고래뼈를 도입해 전시한다.

장생포 진입로를 '장생포 고랫길'로 명칭을 바꾸고 고래시집.기념우표를 발간하는가 하면,반구대~고래박물관 등 고래유적 관광코스를 만들고 매년 가을에 열던 고래축제를 총회기간으로 앞당기로 했다. 수산분야 국내 최대 행사인 '바다의 날'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정병수 IWC준비기획팀장은 "고래 총회를 울산이 고래도시, 생태도시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적극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총회가 안겨 줄 생산유발 효과도 2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 58개국서 1만여명 방문

◆IWC총회= 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고래 관련 다양한 회의.심포지엄 등이 개최된다.

제57차 총회는 6월 20~24일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총회엔 58개 회원국 대표와 보도진 등 8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와 관련해 울산을 찾는 국내외 인사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울산시는 예상하고 있다.

울산 총회에서는 상업포경 재개 여부가 중요 안건으로 올라있다. 상업포경을 찬성하는 회원국이 늘면서 표결대결도 예상된다. 지난해 이탈리아 소렌토회의때는 미국 등 26개국이 포경 반대파, 일본 등 22개국이 찬성파로 분류됐다. 한국 정부는 찬반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표결 결과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가 환경운동연합과 손잡고 3월부터 울산앞바다에 배를 띄워 포경반대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맞서 일본의 포경관계자들도 대거 몰려와 상업포경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