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신인왕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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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송종국(23·페예노르트·사진)을 만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지난 15일 귀국한 그는 부상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개별 언론사와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다.

28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프라임스포츠(송종국의 에이전트사) 소속 선수와 가족들이 모이는 만찬이 있다고 해 무턱대고 찾아가 송선수를 기다렸다. 오후 6시30분쯤 그가 나타났다.

저녁을 함께 하며 얘기를 나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송종국은 식사 전에 10여초간 기도했다. 그는 "신앙은 힘들 때 나를 일으켜주고, 잘 나갈 때 교만하지 않게 해준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로 간 지 열흘 만에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 18경기 연속 출장하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모든 게 술술 풀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월드컵에 이어 휴식 없이 K-리그를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났어요. 네덜란드로 갔을 때는 한계상황이었지만 의외로 일찍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결국 부상이 오더군요. "

12월 7일 발목을 다친 송종국은 깁스를 했고, 레알 마드리드-세계 올스타 경기 출전도 포기해야 했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차츰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1월 5일 출국합니다. 1월 중순부터는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있을 거고, 2월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국 전날인 4일은 친형 종환씨의 결혼식이다. 종환씨는 동생과 어릴 적부터 유난히 깊은 정을 나눴고, 네덜란드로 함께 가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송종국은 개인교사를 두고 네덜란드어를 익히고 있다. "네덜란드어는 영어와도 완전히 달라 배우기가 힘들어요. 아직 제대로는 못하지만 훈련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일본에서 온 오노 신지와는 꽤 친하게 지내고 가끔씩 만나 네덜란드어로 대화한다고 한다.

라이벌팀인 아인트호벤에 입단하는 박지성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 "지성이는 외국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잘 할 거라 믿어요. 언어를 빨리 익히는 게 중요하고, 습기가 많고 질척한 그라운드에도 적응해야 할 겁니다."

결혼은 유럽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야 생각해 보겠다는 그에게 '심심찮게 나도는 염문설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한참 말이 없던 송종국이 한 마디를 던졌다.

"불편하게 하시네요. " 정말 불편해 보였다.

송종국은 리그 신인왕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빅리그 진출 등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로는 한 경기 한 경기 충실히 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범생이'답게 말했다.

송종국은 인터뷰 내내 기자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얘기를 했다. "그렇게 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 같아서"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송종국을 '내숭왕'같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을 담지 않은 눈은 상대를 그렇게 오래 응시하지 못한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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