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독재서 물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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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음와이 키바키 케냐 야당연합 후보가 29일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지난 24년간 이어졌던 대니얼 아랍 모이(78·사진) 대통령의 철권 통치가 종말을 맞게 됐다.

모이 대통령은 1978년 케냐 독립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모 케냐타가 사망한 뒤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집권 후 일당독재체제를 구축해 다섯 차례나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 2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헌법에 의해 재출마가 금지됐다. 육군참모총장도 겸하고 있는 모이 대통령은 야당 집권이 확실시된 28일 군대 사열행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고 퇴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모이 대통령은 집권시 "평화·사랑·단합을 국가지도 이념으로 삼아 전쟁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국민을 돌볼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82년 자신을 몰아내려는 공군의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엔 권위주의적 통치로 돌아섰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모이 대통령은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교사가 됐으며 교육대학 학장을 지냈다. 31세 되던 55년 영국 식민당국이 설립한 입법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 63년 케냐가 독립한 뒤 케냐타 정권 아래서 여러 장관직을 역임하다 67년 부통령에 임명됐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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