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장관은 정치인이 가장 적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 노무현 대통령이 휴일인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교육부총리 인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휴일인 23일 오전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아 왔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 부총리직을 제의한 것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시비를 낳는 데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선의로 한 일인데 이런저런 오해들이 있는 것 같아서 해명 좀 해드리려고 왔다"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이 춘추관을 찾은 것은 지난해 6월 18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설명차 찾아 온 지 7개월여 만이다. 이날 아침 노 대통령은 "아무래도 얘기 좀 해야겠다"고 이병완 홍보수석에게 말했다고 한다.

◆ "정치적 고려의 상한선은 당 대 당 우호관계"=노 대통령은 "이번 제의에 전혀 정치적인 고려가 없었느냐 하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치적 고려가 분명히 있었으나 그 상한선은 당 대 당의 우호적 관계 수준 그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작년 말 해외순방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했을 때 국민이 내게 경제와 포용의 두 가지 키워드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번 각당 지도자와 회동할 때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올해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대통합의 정치를 한번 펼쳐달라'고 조언했다"며 "나는 상생의 정치라는 것이 이렇게 해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효석 부총리' 카드가 크게는 상생.포용의 정치, 좁혀서는 민주당과의 우호관계 복원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양당 통합' 수순이라는 야당 쪽의 반발을 반박하는 모양새였다.

노 대통령은 "국민, 언론, 야당에서조차 이 같은 인사를 한번 해보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번 상기해달라"며 "그 주문은 공작을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공작을 매우 싫어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은 인정해달라"며 "국정원도 다녀오고 권력기관 인사도 하지만 내가 공작과 남 뒷조사를 싫어한다는 것은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합당은 당에서 판단, 나는 관여 않을 것"=노 대통령은 또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질문에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거기(합당)에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어 "합당을 하든 않든 그것은 당에서 판단할 문제로 관여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은 그 문제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김 의원의 입각에 아무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며 "탈당이든 당적 이탈이든 눈곱만큼의 요구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잘 쓰는 게 장관"=이날 노 대통령은 나름의 '장관론'을 펼쳤다. "장관에 대해 자꾸 전문성을 강조하는데 장관은 전문가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각계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제일 좋은 장관"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역시 장관은 정치인 장관을 가장 적절하다고 친다"고 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의 정무직 대표가 장관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정무직이라는 것은 바로 국회의원, 정치인들"이라는 얘기였다.

경제통인 김 의원을 교육부총리감으로 꼽은 것에 대해서는 "대학에 우리 경제계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해 개혁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연두회견 직전 모 언론에서도 '교육부총리는 경제계에서 찾으라'는 조언이 있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선 기준이 계속되느냐는 질문에는 "어떻든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현 정부 인재풀이 협소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 "대한민국 인재풀을 놓고 '부적격 검증'을 해보면 걸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능력이 있다 해도 우리의 행정이나 기업, 학계의 수준을 크게 넘어가지 못한다"는 답변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각계 인재들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국가적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