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그림자 연극 있는 재미있는 책방에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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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12월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워크숍에서부터 그림자극까지 주말 계획이 빽빽하다. 어떻게 하면 책과 친해질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서점이 될까해서 시작한 것들이다.

먼저 놀이 잡지인 재미상자에서, 아이에게 무언가 사주는 아빠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가 되자며,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워크숍을 했다. 장소가 좁아서 예약을 받았는데 자그마치 70%가 불참했다. 그렇다고 행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약하지 않고 온 사람들이 그 70%를 충분히 메운 것이다.

다음으로 지난 일요일 밤에 '호두까기 인형'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예약한 식구들은 스물쯤 되는데 30여 가족이 훌쩍 넘어 내내 식은땀이 났다. 연주회보다 깜깜한 밤에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에 들떠 앞뜰에서 노는 영신이·상화·지수 덕분에 그나마 감상할 사람들은 감상에 몰두할 수 있었다. 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그만큼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승현이는 연예인을 보듯 연주자를 보았다. 지난 11월 연강홀에서 열렸던 피아노 한마당 공연장에서 보았던 출연진을 가까이에서 보니 신기한 모양이다. 불이 꺼지고 '호두까기 인형'이 시작되었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라 피아노 연주와 슬라이드 영상이 곁들여졌다. 피아노 연주에 무게를 두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아이도 보이고, 그림을 따라가는 아이도 보였다. 몇몇 아이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춰가며 피아노 연주에 귀 기울였다.

작은 책방에서 연주회를 할 수 있을까, 전시대를 옮기고 관객용 의자를 들여놓을 때까지만 해도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이삼십분 몰두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네다섯살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나마 자리도 변변치 않아 어른들은 뒤에 서있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작은 공연이 끝난 뒤 소란스런 가운데서도 『호두까기 인형』(비룡소)을 뒤적이는 아이들의 손놀림을 보니 슬며시 마음이 놓였다. 이어서 바로 다음날, '책하고 재미있게 놀자'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에도 예약한 사람의 30%가 불참했지만 이날 온 사람들이 그만큼 되어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내 이름이 담긴 병』(마루벌)의 작가 선생님이 바이올린 연주를 곁들여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림책의 그림이 나오는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간 은혜는 미국 이름을 갖고 싶어한다. 나만 다른 것은 싫다는 은혜에게 엄마는 너는 그 애들과 분명히 다르고, 다르다는 것은 좋은 거라고 설득한다. 은혜는 은혜라는 이름을 간직하려는 마음과, 미국 이름을 가져 다수 속으로 들어가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도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주에는 아이들이 만든 그림자극을 공연한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그림자극을 만들면 즐거워하는데 관람객이 있으면 더 집중해서 만든다. 아이들이 공동으로 극본도 쓰고, 그림자 인형도 만들어서 준비했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반 기대 반이다.

<어린이 책 전문서점 '동화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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