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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탁땐 패가망신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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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26일 민주당 선대위 연찬회에서 국정 전반에 걸친 자신의 개혁과 운영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발언 요지

◇분권형 대통령제 운영=지역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 내각제에 준하는 운영을 하려고 한다. 국민의 공론이 형성돼 있고,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2006년부터 개헌 논의를 해서 2007년 들어가기 전까지 개헌을 끝내야 한다. 내각제와 대통령제, 프랑스식 제도, 한국식 제도,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정한 바 없다.

◇선거제도·정치자금=지역주의를 극복할 선거제도를 마련하겠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이론적 비판이 있으면 꼭 그게 아니라도 좋다. 정치권이 준비되면 공식적으로 각 당에 협상을 제안할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절반 줄이고 총리에게 위임하는 결단을 통해서라도 분권형 대통령제·내각제·이원집정제를 한다는 약속을 했다.

당내 선거제도를 확실히 하겠다. 정치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고, 게을리하면 쓸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가능한 길을 열겠다. 당 내외에서 금전을 통한 매표행위는 행정력과 공권력을 동원해 막고, 조사하고, 색출하고, 엄벌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바꾸겠다. 국정의 역점 사업으로 강하게 할 것이다.

◇정치 개혁=당정 분리의 계기가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는 데서 빚어지는 하향식·수직적 정치문화다. 당직 임명권과 공천권이다. 이것을 확실히 배제하겠다. 대통령으로서 발언은 절제하겠지만 당이 위기에 빠졌다 싶을 땐 최후의 비상사태에 의견을 제출하는 정도로 조정해 실천하려고 한다.

◇의원 내각 참여 최소화=지역구 의원의 입각을 최소화하고 배제하겠다. 능력있는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정당 개혁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구에 나가야 할 정치인이 입각하면 길어야 9개월, 단명 장관이 돼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 혼자 아무리 뛰어도,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지시해도, 지시하는 순간에 돌아서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대통령이 관료조직에 인수당하는 결과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요직에는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당에 우수한 사람이 유입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총선 때까지 평가해 당에서 이런 사람을 정부에서 쓰라고 하면 쓰겠다. 청와대는 내가 데려다 쓸 수 있으니 경험을 서로 공유하도록 하는데 지금부터 제도를 통해 그 방법으로 평가하겠다.

◇가신·참모론=자동차 관리하고 개인적인 일도 봐주는 가신이 2∼3명 있다. 가신은 가신으로서만 일하게 하겠다. 오랫동안 보좌한 참모는 계속 쓰겠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고, 역사에 충성심을 가지고 있고, 신뢰한다. 그러나 전면에 내세우진 않고 가급적 숫자를 줄이고 요직 기용을 피하겠다. 오류가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되 그 사람이 저지른 일 모두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내가 지겠다.

◇친인척 관리=취임하면 확실한 감시 시스템을 만들겠다. 줄 대다 걸리는 사람은 철저하게 조사해 줄 대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게 하겠다. 내 청렴성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고, 연고·정실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청탁하는 사람들은 그물질하듯 되든 안되든 모든 선에 대더라. 로비하다 걸리면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손해 볼 것이다. 패가망신이 되도록 하겠다.

◇대선 평가=결재 단계가 몇단계씩 있었으면 시민사회의 아이디어가 올라오지 않고 잘렸을 것이다. 국민을 믿고 모험한 것이 맞았다. 이번 대선에선 명망가들이 몰락했다. 떵떵거리던 많은 사람, 내가 가면 네가 죽고 내가 오면 네가 산다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민과 당당한 절차에 힘이 있다. 예측하지 못한 많은 일도 있었다. 노사모 발생, 헌금, 마지막 날의 결집이 그렇다. 운명이라 믿을 수밖에 없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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