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중국인의 한국관광 문제점 취재 뒷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달 1일 ‘깐깐한’ 법무부가 중국인 비자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중국 관광객 증대가 목적이었다. 과감하게 무비자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대신 베이징이나 상하이 거주증만 있으면 별도 서류 없이 비자를 내어 주는 등 파격적으로 비자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제 비자문제는 풀린 것으로 치자. 그렇다면 한국의 다른 부문은 과연 중국 관광객을 맞이 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번 취재가 시작됐다. 결론은 ‘아직 멀었다’였다. 대문은 절반 이상 열었지만 방정리나 주방에서는 손님맞이 준비가 덜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취재에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중국 청소년 350명을 이끌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중국인들과 함께 8박9일간 두차례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관광의 대중국 경쟁력을 속속들이 살펴봤다. 그 결과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해외여행지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국은 그들이 TV에서 자주 보던 한류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이고, 사람들의 생김새나 생활 습관이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아직은 그들이 닮고 싶어하는 기업들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배워야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여행지면서 국내여행인 듯 하다는 점이 한국여행의 강점이다. 게다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물가가 상대적으로 만만해졌다. 중국인의 씀씀이가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중국이 관광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까지 연간 국내 여행객 33억 명, 인바운드(해외 관광객 유치) 9000만 명, 아웃바운드(해외여행 송출) 830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광산업을 국가의 주요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전 국민들에게 연두 차례 정도 국내외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착안할 포인트가 있다. 중국은 여행강국이다. 중국 국내 여행시장의 연간 규모가 곧 33억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이나 상하이의 난징루, 시안의 병마용과 같이 13억 전 중국인들이 살아 생전 한 번쯤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광지를 가보면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유명 관광지는 일년 365일 모두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럼에도 중국 주요 관광지의 인프라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돈도 잘 벌고 있다. 어떤 시스템이 이 엄청난 물량을 소화해 내고 있는지 현미경을 대고 살펴봐야 한다. 중국 상하이시 한 곳이 보유한 호텔 객실수가 대한민국 전체 호텔 객실수보다 많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관광지마다 수천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초대형 관광 전용 식당이 손님들을 먹이고 동시에 특산물을 팔고 있다. 여유국이 관리하는 관광가이드는 철저하게 등록제로 가이드 명찰이 없으면 관광객 인솔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이 2만여개의 여행사, 7600만명의 관광업 취업자를 먹여살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잠자리가 없어 서울 근교에서 가까스로 손님을 재워야하고, 일행이 수십명만 되도 마땅한 식당찾기가 힘들다. 가이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고 푸념들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정책을 시행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처벌과 포상이다. 포상이나 메리트를 주면 업계는 자발적으로 정부 시책을 따르기 마련이다. 공인된 관광 가이드가 대동한 여행단체에게는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광지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입장시키고, 대신 공인쇼핑센터에서 유용한 기념품을 사게끔 유도한다면 불법 가이드, 불량 쇼핑은 근절될 수 있지 않을까. 규제와 처벌만 강조하면 도리어 편법만 조장할 수 있다.

이번 취재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또다른 중요 포인트는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예로부터 나랏님들은 중국을 상국으로 모셨어도 일반 민초들은 중국인들을 ‘떼놈’으로 부르며 주눅들지 않았던 것이 우리들의 대중국 외교의 일종의 지렛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92년 한중수교이후 급속하게 한중관계는 발전했다. 문제가 생겨도 당국은 쉬쉬하고 덮은 적이 많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서로 얼굴 붉히고 싸울 사안이 생기면 당당하게 논쟁을 벌이고 싸워서 국익을 얻어내야한다. 대신 기본적으로는 이웃나라 국민으로서 1840년 아편전쟁이후 서양 열강의 침략이래 수모의 역사를 끝내고 G2로 올라선 중국의 국가적 성취를 인정해줘야 한다. 미국을 위시해 서구 국가들은 차이나 배싱(중국 때리기)의 전통이 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나라의 역량이나 지정학적 위치, 국익의 차이 등 서구와 같은 길을 따를 필요가 없다. 중국의 성취를 인정하는 ‘존중(尊中)’의 태도를 취할 때 중국 당국은 기분 좋게 자국의 여행객들을 한국으로 보낼 것이다. 그것이 ‘굴뚝없는 공장’ 관광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차세대 먹거리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