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조기발견 과신 말라" 고정관념 깨뜨린 올해 과학 성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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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지난 15일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학계와 재계, 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료·저명인사·일반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2002 올해의 아이디어 97선'을 선정했다.

이 리스트에는 보톡스 주사에서부터 아기울음 번역기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포함돼 있다.

그 중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연구결과들이 몇 가지 포함되어 있어 특별히 주목된다.(100선이 아니라 97선을 선정한 것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우선 암 조기발견에 관한 것이 있다. 우리는 되도록 조기에 암을 발견해야 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다. 그래야만 종양이 크지 않아 없애기 쉽고 방사선이나 약물 요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학상식은 유방암 검사 때 사용되는 방사선 조영법이 유방암 사망률을 그다지 낮추질 못한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조금씩 위협 받아왔다.

올해 10월 전립선암을 연구하는 일련의 의사들은 5배나 더 자주 암 검사를 받아온 사람들의 '암에 의한 사망률'이 결코 낮지 않다는 사실을 11년이나 추적한 끝에 알아냈다. 오히려 암 검사가 암을 더 빨리 키우거나 환자를 더 위험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암은 조기 발견만 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과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질투가 심하다'는 말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올해 발표됐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빗 드스테노 박사는 배우자에게 차이거나 상대가 바람을 피웠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남녀에게 설문테스트 한 결과, 다양한 개인차는 있었지만 뚜렷한 성 차이는 없었다고 보고했다.'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옛말이란 얘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을 무색케 만드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일리노이 대학 가정학과 로리 크레이머 교수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의 편애에 익숙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미 중서부 지역 1백35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설문에 참여한 청소년의 80%정도가 '부모가 나보다 다른 형제를 편애한다'고 대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남자냐 여자냐 같은 공정치 못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더 착하거나 성실해서 사랑 받을 이유가 분명한 형제라면 부모에게 더 사랑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편애를 받지 못하는 편이 정신 건강엔 오히려 더 낫다는 연구결과도 덧붙였다.지나친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은 더 높은 성취를 해야한다는 불안감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것을 'golden child syndrome'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바꾸면 '금지옥엽 신드롬'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런 것이 없는 형제들이 더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올 한해도 과학자들의 연구는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고정관념 중에 몇 가지를 깨는 데 일조를 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정확한 사실인지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이 결국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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