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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 '시카고' 휴먼드라마 '세월' 내년 오스카상 '투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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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2003년 오스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내년 아카데미의 향배를 놓고 할리우드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후보작은 2월 18일 발표되고 시상식은 3월 23일 열리지만 벌써부터 영광의 얼굴·작품을 점찍으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할리우드에서 12월은 통상 '상(賞)의 달'이다.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각 지역 평론가 모임이 선정하는 그해 최고의 작품이 잇따라 공개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골든 글로브 후보작이 발표된다. 오스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작품상에선 뮤지컬 영화 '시카고'(감독 롭 마셜)와 휴먼 드라마 '세월'(스티븐 달드리)이 우열을 다투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의 투표로 지난주 확정된 제60회 골든 글로브 후보(시상식 내년 1월 19일)에서 동명의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시카고'는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남녀 주연상 등 8개 부문에 올랐다. 영국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다룬 '세월'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여우 주연상 등 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종합일간지 USA 투데이도 내년 아카데미 후보작을 예측하는 특집 기사에서 '시카고'와 '세월'을 선두권에 위치시켰다. 두 영화의 특징은 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했다는 점. '시카고'에는 르네 젤위거·캐서린 제타 존스·리처드 기어가, '세월'에는 니콜 키드먼·줄리언 무어·메릴 스트립이 출연한다.

이들과 경쟁하는 작품으론 팬터지 액션극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피터 잭슨), 19세기 뉴욕의 암흑가를 조명한 '갱스 오브 뉴욕'(마틴 스코시즈), 은퇴한 보험 외판원의 고단한 노년을 그린 '어바웃 슈미트'(알렉산더 페인), 남편의 동성애를 알아차리고 혼란을 겪는 50대 주부의 갈등을 담은 '파 프롬 헤븐'(토드 헤인스) 등이 꼽힌다.

최근 LA평론가협회와 뉴욕평론가협회는 각기 '어바웃 슈미트'와 '파 프롬 헤븐'을 2002년 최고의 영화로 뽑았다.

내년의 최대 관심사는 지금까지 아카데미에서 그다지 대접받지 못했던 뮤지컬 ('시카고')과 팬터지 ('반지의 제왕')의 수상 여부다.

특히 요즘 지구촌 전역에 일고 있는 '반지 열풍'이 오스카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흥미롭다. 아카데미는 전통적으로 '인간 시대'류의 휴먼 드라마를 선호해 왔다.

작품상만큼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여우 주연상이다. 작품상 후보에서 드러나듯이 올 할리우드는 여성 파워의 급신장이 눈부시다. '파 프롬 헤븐'의 줄리언 무어, '세월'의 니콜 키드먼·메릴 스트립, '시카고'의 르네 젤위거가 경합하고 있는 가운데 '언페이스풀'에서 연하의 남자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졌던 다이언 레인, '프리다'에서 멕시코의 전설적인 여성 화가인 프라다 칼로를 열연한 샐마 헤이엑이 도전하고 있다.

USA 투데이는 "올해엔 과거 어느 때보다 여성들이 할리우드에 활발히 진출한 기록적인 해"라는 메릴 스트립의 말을 인용하며 할리우드가 여성 배우의 경제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니콜 키드먼은 이 신문에서 "'세월'에 출연한 주연 배우 세명은 아줌마 연기자고, 자녀 수를 합하면 여덟명"이라며 "감독·작가들이 여성의 역할을 확대·다양화하는 건 젊은 세대에게도 멋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남우 주연상은 '어바웃 슈미트'의 잭 니컬슨과 '존 말코비치 되기'의 작가 찰리 카우프먼이 극작의 어려움을 토로한 '각색'의 니컬러스 케이지가 다투는 양상이다.

잭 니컬슨은 아내와 사별한 60대 노인을, 니컬러스 케이지는 성공한 극작가와 실패한 극작가란 1인 2역을 연기했다. '갱스 오브 뉴욕'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 '조용한 미국인'의 마이클 케인,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피아니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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