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격 인간방패로 막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의 공격 위협에 직면한 이라크가 '벼랑끝 전술'을 개시했다.

이라크는 미국이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공격 의지를 천명한 지 사흘 만인 22일 "우리는 위반한 사실이 없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라크에 확인하러 와도 좋다""인간방패 자원자들을 앞세워 공격을 막겠다"고 응수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유엔 사찰단에 자체 정보를 제공하고 고강도 사찰을 요구하고 나서 양측이 전쟁을 앞두고 막바지 외교전에 돌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미국 가시돋친 설전=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날 벨로루시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유엔 사찰단이 23일 간이나 사찰을 벌였지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국제사회가 나서서 사찰을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보좌관인 아미르 알 사아디 장군도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는 미국·영국이 주장하는 VX 같은 신경가스는 갖고 있지 않다. CIA가 이를 조사하러 와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회견 직후 백악관의 한 관리는 "전쟁에 회의적인 동맹국들을 부추겨 미·영 중심의 이라크 공격 전선을 분열시키려는 곡예"라고 일축했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날 "미국이 첩보위성으로 찍은 이라크 군수시설 사진 등 비밀정보를 유엔 사찰단에 제공하고 사찰 강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면서 "미국은 안보리 추가결의 없이 바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일단 유엔 사찰 절차를 최대한 준수했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권, '인간방패' 출동준비=이라크 집권 바트당의 고위관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맞서 '인간방패' 역할을 할 아랍인 자원자들이 바그다드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이날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밝혔다.

관리는 최근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집트 카이로에서 각각 열린 범아랍계 회의에서 "인간방패 자원자들을 이라크에 보내자"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하고, "이라크 정부는 이들을 (공격이 예상되는) 민감한 장소에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stonco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