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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사람' 밖으로 인재풀 넓혀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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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와 통치는 완전히 다른 정치행위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번번이 선거운동 조직을 거의 다 정권 인수팀으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선거 공신들은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실세로 등장했고, 공조직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미국의 경우, 선거 기간 중에 이미 선거조직과는 완전히 별도인 통치준비 팀을 가동한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그렇지 못했고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선거팀과 통치팀을 구분해야 한다.

선거 공신들이라고 다 부적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청와대에는 대통령과 철학이 같은 인사들이 포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철저히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조직관리 경험이 없는 인사의 기용은 위험하다. 이제 조직관리는 전문분야다.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선 장관들이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장관이 청와대 수석들에게 휘둘리고, 대통령 주변 실세들에게 치여 허수아비로 전락하는 상황에선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대통령이 장관들을 더 자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고,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노령화나 지역균형개발처럼 어느 한 부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책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경우에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장관 및 실무자들이 대통령 앞에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토론을 주도하는 것도 효율성과 긴장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능력이 있는데도 과거 인물이라 해서 사람을 가리면 안된다. '자기 사람'만 찾으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인재 풀(pool)을 청와대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채널로 천거를 받고, 대상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컨센서스다. 특히 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 권력기관장에 대해선 내년 1월 중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장관 임기가 최소한 2년 이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관을 제대로 하려면 2년은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했지만 FBI나 CIA의 책임자는 물론 어떤 장관도 문책하지 않았다. 부시는 대신 구멍 뚫린 보안시스템을 고쳐나가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우리 언론도 툭하면 장관교체를 요구하다가, 한두달 뒤에는 "왜 그리 자주 바꾸느냐"고 비난하는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때 미국처럼 직접 언론에 나와 발탁 배경을 설명하고 힘을 실어주는 관행이 필요하다. '1회용 장관'이라든가, 정국 돌파를 위한 전면개각 등은 생각도 말아야 한다.

또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대통령이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도 '장관과 직접 상대하고 일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토론 참석자 명단>

강경식 (姜慶植·NSI 이사장·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이종률 (李鍾律·통일시대연구소 이사장·전 정무1장관)

김충남 (金忠男·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대통령 정무비서관)

함성득 (咸成得·고려대 행정학과 교수·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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