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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교체 - 黨단합 우선' 격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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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의 충격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진통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이 오히려 인적 청산 등 당 개혁을 추진하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 당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폭넓게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나라당에는 중진과 초·재선 의원 그룹의 모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나름대로 활로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각종 모임에선 대선 패배와 이회창(李會昌)전 총재의 정계 은퇴 이후의 대책이 주로 논의됐다. 이날 제기된 의견들은 당 화합 주장에서부터 세대 교체, 중앙당 축소, 원내 중심 정당으로의 전환 등 다양했다. 그래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중진급 의원 20여명은 선대위 의장·위원장단 연석회의를 열어 당의 진로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당의 단합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이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 등 구체적인 방법에선 대대적 개혁과 신중론으로 갈렸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지도부 개편론이었다. 이를 위해 내년 1∼2월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방안을 놓고 예민한 반응이 오갔다.

조기 전당대회 소집 주장에는 최병렬(崔秉烈)·홍사덕(洪思德)·강재섭(姜在涉)·이부영(李富榮)의원 등이 앞장섰다. 李의원은 "중앙은 물론 지구당까지 노쇠한 지금의 상태에선 노무현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맞서 대응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姜의원도 "지금처럼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 향후 예상되는 정계 개편과 같은 비상사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전당대회를 요구했다.

단합 우선론도 만만치 않았다. 신경식(辛卿植)의원은 "급격한 개혁 추진으로 당이 동요할 경우 내후년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 전까지 현 체제로 가면서 투쟁력을 강화해야지 지금 당권 투쟁을 하면 탈락하는 세력이 여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태(朴熺太)의원은 "세대 교체보다 의식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우리 당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보단 정권의 발목을 잡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인 게 사실"이라며 "당을 개혁하려면 인적 교체보다 생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며 세대 교체론에 거부감을 보였다.

소장파 중심의 미래연대, 2030위원회 등도 삼삼오오 모여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이들은 패인 중 하나로 구태의연한 당의 이미지를 꼽고 세대 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일부는 중앙당 해체 및 원내 정당화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이성헌(李性憲)의원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반대했다. 졸속 전당대회는 자칫 지도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조기 전대를 하더라도 철저한 패인 분석과 당 진로에 대한 전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춘(金榮春)의원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개혁 기구의 설치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3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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