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지만 쉬운 대중과학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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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웬만한 노트북 컴퓨터만큼 크고 묵직한 이 책은 가격도 여느 책의 5∼6배 정도다. 대중 과학서 장르가 최근 1년 새 자리를 잡은 상황을 감안해 물량 투입과 함께 자신있게 내놓은 듯한 이 책은 과연 덩치 값을 제대로 한다 싶다. 청소년에서 일반인까지 계층이 공유할 만한 과학 정보를 살갑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 에디터십 때문이다.

책이 다루는 시간은 기원전 3천5백년전 이후 인간 유전자 지도가 작성된 최근까지를 포괄한다. 이 엄청난 기간 숨가쁘게 전개돼온 과학의 모습을 이 책은 2백50개의 명장면으로 추려내는 점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 장면은 기존의 다소 진부할 수 있는 과학사, 혹은 과학개론의 차원을 시원하게 떠나 있다. '과학의 전체 모습'을 펼쳐보이는 것이 이 책이 노리는 목표로 보인다.

간결하면서도 쉬운 설명, 재미와 정보를 잘 버무린 서술은 대중 과학서는 이래야 한다는 한 모델로 읽힌다. 필자들은 현재 지구촌의 일급 과학 저술가들인데, 이들은 대중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취하면서도 정보 또한 놓치지 않는다.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오리진』의 리처드 리키 등이 그들이다.

토리노의 성의(聖衣)로 알려진 예수 옷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불과 7백년전의 위조품이라는 얘기가 3백46쪽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항목에서 나온다. 학교시절 다짜고짜 외우기만 했던 '주기율표'대목을 보자. 그것을 발견한 러시아 화학자는 꿈 속에서 원소의 배치 그림을 본 뒤 단숨에 베낀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잘못 알려진 과학상식, 피나는 연구가 우연과 결합된 사례들이 흥미롭다. 친근한 사진이 곁들여져 있고, 색인도 충분해 책상머리에 올려둠직한 과학 입문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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