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연인들'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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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시트콤'이란 새 장르를 연 MBC '연인들'이 오는 23일 '네버엔딩 스토리'(71회)편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 11월 첫 회 '엉덩이의 비밀'편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연인들'은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8), '세친구'(2000)로 히트를 기록한 송창의 감독의 세번째 작품. 방송가에서 시트콤의 황제로 불리는 그는 "남녀간의 야릇한 문제를 세련된 기법으로 묘사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워 왔다.

세월 만큼 기록도 많았다. 극 중에서 연인 사이였던 개그맨 김국진과 탤런트 이윤성은 드라마에서 약혼을 한 뒤 지난 10월 드라마밖 현실에서 진짜 결혼을 했다.

김종서·하리수·이재은·독고영재·신동엽·구본승·최진영 등 카메오(반짝 출연 배우)군단도 타 프로그램을 월등히 능가했다.

지난 11일 마지막 촬영 현장에선 출연진들의 한숨과 아쉬움이 내내 묻어났다. 몇 몇 출연자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와 서로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탤런트 공형진은 "다음 주에 촬영이 없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겠다"며 "당분간 공황상태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진희경 역시 "'연인들'에 출연하면서 영화배우나 모델이 아닌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제작진은 '연인들'의 마지막을 정혜영의 내레이션으로 꾸밀 예정이다.

"크리스마스가 왔다! 그 사이 친구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윤성은 예쁜 딸을 낳았고, 서로 투닥거리며 지냈던 상면과 희경은 만난 지 1백일 되는 날을 기념한다. 1년 전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형자와 형진 커플은 아이를 기르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난 지금도 옛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때 혜영은 많은 사람 속에서 정진을 발견한다.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돼 있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둘이 껴안고 있는 사이 하늘에선 눈이 내린다.

송창의 PD는 "하루하루를 내 생애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힘들지만 즐겁게 일했다"며 "일단 푹 쉰 다음에 더 새롭고 더 놀라운 작품을 들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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