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히 살게 도와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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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통령의 가족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선례를 만들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

LG전자 신입사원으로 근무 중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건호(29·사진)씨가 20일 기자회견을 자청,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盧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지난 7월 LG전자에 입사해 업무혁신팀에서 IT인프라 구축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평범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평범하게 대해 주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원하던 일을 하고 있어 지금 회사생활이 너무 즐겁고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담당 업무에 만족한다며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2년 전부터 관련 분야의 원서를 읽어가며 공부했다"고 했다.

오는 25일 결혼식을 앞둔 盧씨는 "신부감은 대학에서 만나 사귄 세살 아래 친구이고, 장인될 분은 김해농협에 다니다 퇴직한 평범한 어른"이라고 소개한 뒤 "결혼식 장소는 밝힐 수 없고 5년 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盧당선자의 선거운동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盧씨는 "투표 당일에는 승패를 떠나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며 아버님이 선거과정에서 공헌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로서의 盧대통령 당선자에 대해서는 "강요보다 솔선수범을 통해 바르게 이끌어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盧당선자가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盧씨는 "신입사원에게는 너무 가혹한 질문"이라며 사견임을 전제로 "재벌과 대기업은 구별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盧씨는 "재벌이란 고도성장기에 부작용으로 나타난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盧씨는 "민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가족들이 모여 평범하게 사는 대통령 가족의 선례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평범하게 살도록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글=양선희, 사진=임현동 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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