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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주가 상승세로 출발 외환·채권시장도 안정… 부동산은 눈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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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20일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盧당선자가 그동안 미뤄졌던 개혁조치를 다시 추진해 시장과 기업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정도로 성숙한 만큼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증권거래소시장은 20일 미국 증시가 17∼19일(현지시간) 사흘 연속 하락했음에도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盧당선자의 경제관이나 공약을 감안할 때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상승 주도한 증시=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1천2백70여억원어치를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이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가 盧당선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새 대통령이 ▶재벌의 무분별한 팽창을 억제하고▶국영 자산의 해외매각을 허용하며▶증폭되고 있는 북한과의 긴장을 해소할 것"이라며 "한국의 증시 및 회사채·원화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선 효과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땅한 호재가 없는 데다 이달 들어 미국 증시가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의 김석중 상무는 "미국 증시가 4분기 기업 실적 경고와 이라크와의 전쟁 우려감 등으로 당분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운 만큼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약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일정 폭을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저금리 기조 계속=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4.7원을 기록, 전날보다 1.0원 상승했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의 정경두 과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안정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는 것 같다"며 "달러 약세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원화가치의 상승 흐름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이날 강세를 보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5.24%를 기록했다.

대우증권의 마득락 채권영업부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공약한 일자리 창출과 연간 7% 성장을 이루려면 당분간 저금리정책 기조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으로선 새 정부 초기에 콜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며 이라크전쟁의 발발로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투자 열기는 주춤할 듯=전문가들은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운 盧당선자의 정책이 당장 겨울 이사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盧당선자는 부의 재분배를 위해 양도세·재산세 등 세제부분과 대형주택 세제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흐름을 거스르는 부동산 정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므로 부동산 시장이 우려할 정도로 급랭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시중에 여윳돈이 많이 풀려 있는 반면 금리는 올리기 어려워 집값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차진용·김광기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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