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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노무현시대]투표율 왜 낮아졌나:'盧·鄭 파경'에 부동층 기권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제16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앙선관위는 19일 전국 2백44개 투표소의 전체 투표율을 70.2%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1997년 제15대 대선 때 잠정 투표율 79.8%보다 9.6%포인트 낮은 수치다. 14대 대선 때 잠정 투표율은 80.4%였다. 15대 대선 때 최종 투표율(80.7%)이 잠정 투표율보다 0.9%포인트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1∼72%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조한 투표율은 이날 오후로 갈수록 분명해졌다. 15대 대선과 비교할 때 낮 12시에는 3.6%포인트, 오후 1시에는 5.7%포인트, 오후 3시에는 8.0%포인트, 오후 5시에는 9.0%포인트 낮았다. 투표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 것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최저 투표율은 71년 제7대 대선 때의 79.8%다. 대선 투표율이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31년 만에 기록이 깨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77.7%로 가장 높았고 충남이 65.9%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71.0%였고 부산 71.1%, 대구 71.1%, 인천 66.1%, 대전 67.4%, 울산 70.0%, 경기 68.0%, 강원 68.2%, 충북 67.9%, 전북 74.1%, 전남 75.7%, 경북 71.0%, 경남 71.6%, 제주 69.0% 등이었다.

왜 이렇게 투표율이 저조했을까. 무엇보다 더욱 심화된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제도 정치권이 일년 내내 치고받기를 계속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

더욱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대표가 선거운동 마감 1시간30분 전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에 대한 지지를 전격 철회한 것이 부동층의 기권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선 후보가 없었다는 점도 투표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의 출신 지역이 투표기준 1순위에서 밀리면서 후보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는 투표 방관자 층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출신 후보를 내지 못한 대전·충남·충북과 충청도 출신이 많이 사는 인천 등이 최저 투표율 1∼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군(群)의 구성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3金처럼 카리스마를 지닌 후보가 없다 보니 40, 50대 중년층을 중심으로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는 불만이 쌓여갔다. 일부 전문가는 선거가 李·盧 양강 구도로 진행된 것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무래도 선택의 수가 적어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양강 구도였던 71년 대선이 유일하게 70%대 투표율을 기록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반면 그동안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던 날씨는 이번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 서인덕(徐仁德)공보계장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우리도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상 최저 투표율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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