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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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잎을 거의 벗어버린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겨울임을 알리고 있다. 거리의 황량한 모습과 추운 날씨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그러나 이 계절, 무채색 세상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 오르는 꽃과 같은 광고들이 눈에 띈다. 컬러 마케팅 광고다.

깜찍한 디자인과 경제성으로 경차 시장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GM대우의 마티즈. 이번 2003년형 마티즈Ⅱ에는 핑클이 등장한다(사진). 함께 그룹도 하지만 각자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핑클의 네 멤버들이 이번 광고에서 각각의 컬러를 보여준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힘차게 뛰어오르는 이효리,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옥주현, 커피를 마시며 춤을 추기도 하는 성유리, 창공을 가르며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이진의 모습이 여러 색의 마티즈와 함께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만큼 젊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레저 스타일, 그리고 개성에 적합한 차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CJ그룹도 새로운 이름과 로고로 출발하면서 식품·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 등 각각의 사업 부문을 컬러로 표현했다. 우리의 미래와 생활의 즐거움을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아이들이 물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장면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얼굴과 옷에 물감이 뒤범벅되고 페인트에 미끄러져도 즐겁기만 하다. 활짝 웃는 아이들의 표정과 물감 묻힌 채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작고 귀여운 손자국과 발자국 등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감은 CJ 로고와 같은 빨강·파랑·노랑색이다.

이렇게 컬러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과 광고는 사람들의 주목을 사고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색깔은 상징적 의미를 지니므로 이를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지난 5월 방송된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보면 흰색과 파란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푸른 여름 하늘, 파란색 꽃잎으로 푸른 물감을 만들어 옷감에 파란 물을 들이는 여인, 그녀가 마시는 파란색 캔의 포카리스웨트. 가슴까지 시원한 느낌을 줬다. 그리고 6월 월드컵 경기가 만들어 낸 붉은 물결. 엡손 프린터는 광고에서 붉은 색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하늘을 날고 싶어 빨간 망토를 두른 어린 아이의 꿈, 빨간 봉숭아 물을 들인 첫사랑 소녀의 수줍음,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소녀의 그리움, 인류를 사랑하는 적십자의 박애, 축구 응원단의 열정.

참으로 색은 인생만큼이나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다. 춥고 메마른 계절에 컬러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광고의 세계에 주목하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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