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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같은 큰 요동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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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20년이상 해온 朴모(62)씨는 올해는 부동산시장에 대박신드롬이 유행병처럼 번진 한해였다고 단정짓는다. 초저금리 체제가 장기화하자 마땅히 돈을 굴릴데가 없는 큰손들은 물론 샐러리맨들까지도 한탕을 노리고 너도 나도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다.

아파트값은 거품논란 속에서도 급등,부동산은 사두면 손해보지 않는다는 불패의 신화가 화려하게 부활했다.아파트 청약통장은 당첨만 되면 앉아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는 복권통장이었다. 그러나 내집이 없는 서민층들은 내집마련의 기회가 멀어져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렸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www.joinsland.com)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12월 6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27.8%,신도시는 23.9%,수도권은 19.6% 각각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재건축투자열풍이 이어져 재건축대상이 많은 서울 강남구 20평형미만은 38.1% 급등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보다 낮은 13.5%올랐으나 이사철이 많은 짝수해이어서 세입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컸다.

<관계기사 e22,e26면>

유명학원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대치동 현상'속에 강남권과 강북·수도권 아파트값이 크게 벌어진 것도 올 부동산시장의 특징이다. 평당 매매가가 가장 높은 강남구(1천7백43만원)와 금천구(5백83만원)의 가격차가 1천1백60만원이나 됐다.지난해엔 7백91만원에 그쳤다.

강남구 논현동 성원아파트 18평형은 재건축열풍에 힘입어 지난해말보다 1백17% 오른 3억1천만원을 기록,서울지역에서 상승률 1위에 올랐다. 가락동 주공원효 13평형·대치동 해창 18평형·신천동 시영3차 14평형·반포동 한신23차 19평형등도 50%이상 상승했다.

기존 아파트값이 급상승하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치솟았다.부동산114 조사결과 올들어 서울 1∼11차 동시분양에서 강남구의 평당 분양가는 1천6백3만원에 달했다. 일부 대형평형은 2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용산·서초·송파·광진구등 강남권또는 강남권과 인접한 지역도 평당 1천만원을 웃돌았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인근 아파트값이 끌어올리고 다시 분양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청약 시장도 뜨거웠다. 서울 동시분양에 순위별 청약제도가 적용된 이후 올해 가장 높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자수도 가장 많았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올해 1∼11차 서울시 동시분양에 참여한 1순위 청약자(무주택 우선 포함)는 모두 67만5천6백51명으로 평균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불기 시작한 청약열풍은 수도권·지방으로 번져 인천 삼산·검암, 남양주 평내·호평지구등 인기지역에선 당첨 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매차익을 노린 떴다방(이동식중개업자)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비(非)투기과열지구에선 당첨일부터 계약일까지 두 세차례 전매가 이뤄졌다.

정부가 아파트투기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하반기들어 투자자들이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 등 틈새상품으로 몰려들었다. 강남구 도곡동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는 부유층 주거단지로 각광받으면서 일부 평형의 경우 분양가보다 프리미엄이 더 많이 붙었다.

하지만 내년엔 부동산 시장이 대체로 횡보 장세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엔 실물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단기투자세력이 몰려 올해 부동산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던 재건축·재개발사업 추진도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강철수컨설팅의 강철수 사장은 "내년엔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도 가수요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엔 신정부 개혁드라이브,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가능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주택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하반기들어 미국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르고 아파트 입주량도 늘어나 주택값이 급상승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세중코리아 한광호실장은 "하지만 국지적으로 오르는 곳만 오르는 차별화양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서울 지하철 9호선, 인천공항고속전철, 경부고속전철 천안역(예정)주변 등 개발재료가 많은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갑기자

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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