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인 울산과학대 골키퍼 문소리가 18일 여주대와의 경기에서 골킥을 차고 있다. [연합뉴스]
때마침 통일대기 여자축구대회(18~26일)가 강원 강릉시에서 열렸다. 18일 낮부터 울산과학대 여자축구팀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했다. 울산과학대는 U-20 대표팀 주전 골키퍼 문소리와 수비수 정영아, 공격수 권은솜 등이 포진한 팀이다.
#경기가 열리기 전-모텔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회 첫날인 18일 오후 1시. 경포대 근처의 한 모텔 201호에 울산과학대 선수 23명이 모였다. 오후 3시 여주대와의 첫 경기를 앞둔 팀 미팅이다. 모텔방이 비좁아 선수들의 어깨와 어깨가 부딪혔다. 신발장도 슬리퍼 23켤레를 담기엔 턱없이 작다. 할 수 없이 방문을 열어둔 채 미팅을 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문구가 가득한 문소리의 훈련 노트.
경기장에 라커룸도 없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들고 화장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럼 작전 회의는 어디서. 가설 천막 아래에서 한다. 남자 축구대회와 달리 관중석을 찾은 선수 부모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광지 울산과학대 감독은 “여자팀에는 부모가 지방 대회를 따라다닐 만큼 집안 형편이 좋은 선수가 많지 않다. 아직도 부모들은 딸이 축구 선수를 한다고 하면 반대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경기가 끝난 뒤-지면 친구도 보기 싫어
19일 경포호변을 달리며 회복 훈련을 하고 있는 울산과학대 선수들.
골을 내준 게 다 골키퍼인 제 탓인 것만 같았던 저녁 내내 문소리는 말이 없었다. 그는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에 팀 동료 손현주·장아리와 경포해수욕장 부근에서 콜라를 마셨다. 그는 “평상시엔 콜라도 금기지만 경기 후에는 한 잔씩 마시기도 한다. 축구 하면서 제일 힘든 건 역시 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음 경기를 위해 4인1실로 흩어져 깊은 잠에 빠진다.
숙소에서 모처럼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는 선수들. [김민규 기자]
문소리는 “긴장감에 지치고 질 때마다 패배감에 젖으면서도 축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겼을 때의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언젠가, 내 손녀의 손녀가 축구를 할 때가 될진 모르지만 여자축구가 남자축구만큼 대접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강릉=온누리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