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이 전국에 ‘데이터 하이웨이(고속도로)’를 깔아 모바일 데이터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경쟁사인 KT가 내년까지 전국에 10만 곳의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랜) 구역을 구축하기로 한 ‘모바일 원더랜드’ 장기 비전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SK텔레콤의 하장용 네트워크부문장은 19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와이파이존은 100만 곳 구축한다 해도 남한 국토 면적의 1%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와이파이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주력 통신망이 될 수 없다”고 KT 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리는 이동통신망을 총동원해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1970년대 이후 고속도로가 산업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듯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무선 대동맥을 깔겠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특히 음성통화 수입을 올리는 데 주로 쓰이던 이통망을 무선 인프라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KT가 비교우위인 유선망으로 전국 주요 장소를 연결해 와이파이존을 운영하는 전략과 대조된다.
◆데이터 처리용량 6배로=SK텔레콤은 우선 3세대(3G) 이동통신망(WCDMA)의 데이터 처리 용량을 6배로 늘린다. 현재 3G용으로 쓰는 주파수 네 채널 중 한 채널(5㎒)을 데이터 전용으로 돌리고, 연말께 정부에서 추가로 할당받을 두 채널도 데이터 전용으로 쓸 예정이다. 이들 주파수 채널을 데이터 전용으로 전환하면 음성과 데이터를 혼용할 때보다 데이터 처리용량이 최대 6배로 늘어난다. 하 부문장은 “(이렇게 되면) KT보다 3배 이상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 위주인 4세대 이통망 ‘롱텀에볼루션(LTE)’ 인프라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말 상용화해 2013년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구밀집 지역 별도 관리=SK텔레콤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인구밀집 지역에는 별도의 첨단 기술도 적용해 원활한 무선 인터넷을 지원할 예정이다. 상업·공공 시설이 많은 곳의 기지국에는 ‘6섹터 솔루션’이라는 기술로 데이터 처리 용량을 기존 기지국의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올 하반기부터 서울·수도권·광역시 1000곳을 이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또 직장·학교·가정 등 좁은 지역 중 데이터를 많이 쓰는 곳에는 초미니 기지국 ‘데이터 펨토셀’을 설치한다.
하 부문장은 “남아공 월드컵 축구 기간 중 일부 지역에 와이파이존을 운영해 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한꺼번에 20개 와이파이존이 잡히는 서울 청계천처럼 특정 지역에 와이파이망이 너무 밀집하면 전파 간섭이 일어나 통신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장소 와이파이 지원=SK텔레콤은 버스·지하철 등 이동 중 와이파이 수요를 위해 KT처럼 와이브로 기반의 모바일 와이파이존 5000 곳을 연말까지 구축한다. 또 3G 이통망과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인 ‘DBDM(Dual Band Dual Mode) 브리지’를 10월 중 국내 처음 출시한다. 하 부문장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요금 부담이 없어진 만큼 앞으로는 속도·안정성·보안성을 가진 국내 최고의 무선 인프라를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