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 달콤 별난 송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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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연말 송년회를 톡톡 튀게 보내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밤이면 술집이 불야성을 이루고 새벽까지 거리에 취객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크게 줄었다. 가는 해를 뜻있게 보내고 저마다 개성을 펼칠 수 있는 송년회로 변하는 것이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송년회 현장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봤다.

◇번지점프하다=PDA 전문기업인 제이텔 고객지원팀 홍경주(23)씨는 지난 4일 경기도 분당 율동공원에서 난생 처음 번지점프를 했다. 그것도 90여명의 동료가 보는 앞에서. 이 회사 직원들은 먹고 마시는 송년회에서 벗어나고자 집단 번지점프 이벤트로 대신했다.

洪씨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힘차게 출발하기 위해 뛰어내렸다"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만족해 했다. 洪씨는 공수부대 출신의 동료를 제치고 '멋진 점프상'을 받았다.

이 행사를 기획한 신주용(35)부장은 "직원들과 함께 '죽을 뻔한 위기'를 함께 넘겨서 그런지 송년회 후 유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과 함께=안양 베네스트골프클럽은 지난 6일 송년회를 직원과 가족이 참여하는 컴퓨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대항전'으로 열었다. 평소 바쁜 업무 때문에 함께 하기 어려웠던 가족과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동료 및 가족의 열띤 응원 속에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게임에 참여한 골프사업지원파트 임채홍(30)주임은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회사 동료의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팀원 간의 거리도 훨씬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튀는 옷을 입어야=요즘 모발관리업체인 스벤슨코리아 직원들은 송년회에서 무슨 옷을 입을까 고심 중이다. 일정한 컨셉트의 복장을 착용한 직원만이 오는 28일 열리는 송년회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장 컨셉트는 두가지. 눈에 통통 튀는 '펑키룩'과 '공주병'을 앓는 직장인이 입는 '로맨틱룩'으로 정해졌다.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 편이 나눠지고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게임이 펼쳐질 예정이다.

안현신(28)씨는 "평소 정장 차림을 주로 입었는데 튀는 펑키스타일로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이라며 "의상 디자이너인 친구의 도움으로 빈티지 청바지와 어깨가 드러나는 인디언풍 티셔츠에 요란한 장식의 청재킷을 미리 빌려 뒀다"고 귀띔했다.

◇흐르는 한강을 보며=포털사이트인 하나포스닷컴은 송년회를 한강 유람선에서 열 예정이다. 유람선 송년회는 지난 11월 초부터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모해 선정됐다. 자유롭게 의견을 올리게 한 뒤 이 중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유람선 아이디어가 뽑혔다.

한번 배에 오르면 '도망자'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크게 지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아이디어를 낸 마케팅팀 박성재(29) 대리는 "내년에도 회사라는 한 배를 타고 하나로 똘똘 뭉쳐 정보의 바다를 헤쳐가자는 의미로 유람선 송년회를 생각했다"며 "유람선 안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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