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백수(百獸)의 왕 사자를 괴롭히는 것은

그보다 몸집이 큰

곰이나 코끼리 같은 놈들이 아니라

눈꼽만큼도 못한 몇 마리의 쇠파리다

떨쳐도 떨쳐도

끈질기게 달라붙은 저 망령의 거머리 같은

그놈들에게

사자는 그만 앞발을 멍청히

온몸을 내맡기고 만다

-임보(1940∼ ) '사자사냥' 부분

인간의 역사에서 점성술이나 천문학이 일찍부터 발전한 데 비하여, 미생물과 같은 마이크로코스모스에 관한 연구는 늦게 시작되었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도 근래에 와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인간의 육체가 사실은 필요 이상으로 크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작은 것의 힘이 모여서 위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우리는 선거 때마다 경험하고 다시 잊어버린다.

김광규<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