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중립" … 속은 "李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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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민련이 12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아주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김학원(金學元)총무는 "당론은 중립"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특정 후보 지지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개별 행동에 대한 족쇄는 풀었다. 속으론 사실상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지지를 선언한 셈이다.

그동안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끝까지 중립을,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은 李후보 지지를 선호해 왔다. 두 사람의 입장을 적절히 타협한 것이다.

李대행은 지난 11일 저녁 조부영(趙富英)부총재·金총무·정우택(鄭宇澤)의원 등을 만나 최종 입장을 조율했다. 다른 의원들의 입장은 이미 그 이전에 파악해둔 상태였다. 李대행의 핵심 측근은 "의원 2∼3명을 제외하곤 모두 李대행의 결심을 따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李대행은 12일 아침 일찍 신당동 자택으로 JP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오후 의총 직전 당사 총재실로 JP를 다시 찾아가 발표문을 내놓자 JP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李대행은 결의문에 "대선 이후 JP를 중심으로 굳게 단결한다"는 문항을 넣어 JP를 안심시켰다.

李대행은 13일 당무회의를 열어 당의 공식 추인을 받은 뒤 곧장 고향인 논산에 내려가 李후보 지지 유세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 성명을 내고 李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정진석(鄭鎭碩)의원 등 3∼4명의 의원이 유세를 함께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JP·趙부총재·金총무·조희욱(曺喜旭)의원을 제외한 8명의 의원이 李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李대행이 李후보 지지 유세에 나설 경우 만만찮은 비판에 직면할 것 같다. 공식 당론은 중립인데, 총재대행이 다른 당 대선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는 모양새가 정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JP와 李대행의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를 미봉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JP의 측근인 유운영(柳云永)대변인은 뒤늦게 "당론은 엄정중립이며, 확대해석은 말아달라"며 李대행이 주재한 의총의 결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JP는 오는 16일 충남 홍성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힐 계획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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