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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美 강력비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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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 화물선 서산호에 대한 미국의 전격적인 억류해제 조치에 대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선박을 나포했던 스페인 측은 "놀랍고 불쾌한 결정"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12일 억류해제 결정을 일제히 보도하며 "목숨을 건 위험한 작전에 스페인 군인들을 동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발뺌하려 하느냐"며 미국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스페인 국방부 대변인은 일간지 '엘 문도'와의 회견에서 "스페인 정부는 예멘 정부에서 항의서한까지 받았는데 정작 선박 나포를 요청했던 미국은 사전 설명도 없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일간지 'ABC'는 12일 '예멘에서의 (미국의)실패'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스페인 해군은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 애초에 일을 벌였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적인 예멘의 눈치를 보며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서산호 사건을 얼버무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11일 페데리코 트리요 스페인 국방장관은 서산호를 공해상에서 포착, 나포하기까지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음은 트리요 장관이 밝힌 서산호 나포작전(작전명 소코토라)의 전말.

미 정보 당국은 지난 5일 "불법 무기거래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스페인 관할 해역 인근을 항해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다국적 대테러 훈련인 '항구적 자유' 작전에 참가 중인 미 해군제독을 통해 문제의 선박을 차단, 수송 중인 화물을 확인해줄 것을 스페인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해군은 공군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 선박을 포착, 북한의 서산호임을 확인했다. 두척의 프리깃함 나바로와 파티뇨를 현장으로 보냈으며, 7일 미국의 요청을 받은 스페인 정부가 해군에 정선과 검색조치 등을 승인함으로써 9일 새벽 '소코토라 작전'이 개시됐다. 일단 무선으로 서산호에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선장은 "시멘트를 수송 중"이라고 밝혔으나 스페인 해군의 승선과 화물검색을 허용하지 않고 속력을 높여 도주하려 했다. 경고사격 후 멈춘 서산호에 수색대원들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승선, 화물을 검사하던 중 시멘트 부대 아래에 숨겨진 스커드 미사일을 발견하고 미 해군 측에 연락했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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