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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로 표지판 헷갈려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9일 아들이 논산훈련소에 들어갔다. 전날 밤 눈이 내려 도로는 미끄럽고 강풍까지 불어 추웠다. 내가 새로 이사온 이곳 안산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그 곳까지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전 8시에 아들을 태우고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서천IC에 이르렀다. 그런데 목적지인 연무대를 찾기가 힘들었다. 강경·논산·연무대라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았다. 몇번이나 도로에 차를 세워 물어야만 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날 따라 추위 때문인지 도로변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어느 도로변 농가에 이르러 길을 묻기 위해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어 옆집에 들어가니 한 젊은이가 나왔다.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 젊은이는 "길이 참 복잡한데요"라며 마당에 주차해 둔 자신의 자동차를 한참 동안 운전해 나를 훈련소 정문 앞까지 인도해 주었다.

아들을 들여보내자마자 그에게 뛰어가 함께 식사라도 하자며 말을 건넸으나 그냥 가겠다며 사라졌다. 멀리 사라지는 차 번호를 외운다고 외웠지만 다 암기하지는 못했다. 집에 와서 파출소와 경찰서에 아는 차번호만으로 조회를 해보았으나 알 수도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고 했다. 요즘 시대에도 이처럼 고마운 이가 있다니 그를 꼭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유일선·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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